폭력의 해부 에이드리언 레인 지음·이윤호 옮김·흐름출판·640쪽·2만5000원

십 대 청소년들이 비슷한 나이의 학생을 따돌리다 못해 고문에 가깝게 괴롭혔다거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계획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입에 담기 어려운 가학적인 행동을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들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대학교수는 자신의 제자를 폭행하며 참기 어려운 모욕을 주며 정신적 가해를 일삼아 왔다는 소식도 있다. 연쇄살인, 폭력과 강간 같은 강력범죄가 우리 눈에 더욱 자주 띄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단지 언론이 보다 자극적인 이슈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기 만은 어렵다. 범죄의 잔혹함이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누군가는 `대체 왜 평범한 아이가 자라서 연쇄 살인범이 되는 거지?` 라거나 `이런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법은 없는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해왔다. 그리고 여기 그런 물음에 대한 다소 도발적인 대답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저자 에이드리언 레인은 이런 질문을 쫓아 지난 35년 간 범죄와 뇌의 연관성에 천착해왔고 신경범죄학(Neurocriminology)이라는 범죄학과 생리학이 만난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그는 이런 질문에 답을 내리기 위해 학문적 탐구는 물론 직접 교도소에서 근무했으며 범죄자와의 인터뷰, 심리학과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는 등 탐구활동을 벌여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는 결론의 근거를 우리 앞에 풀어놓는다.

유전자의 어떤 결함 같은 특성이 범죄자가 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도발적인 이유는 범죄자의 운명을 타고나는 것으로 결정지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범죄자가 되기까지 태어나며 부여된 어떤 특성보다는 자라면서 접하는 환경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회학적 관점이 지배적으로 인정받아왔다. 저자는 인간의 폭력적인 행위는 진화에 있어서 아주 성공적인 편법적 전략으로 자리잡아 왔다고 설명한다. 열심히 일을 해서 농사를 짓거나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보다 남의 것을 폭력으로 빼앗고 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을 늘려가는 것(강간 같은 방식으로라도)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데에는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당신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떠올렸다면 정확하다. 저자는 학부생 시절 리처드 도킨스로 부터 진화론에 대해 1대 1 지도를 받았으며 그 시절의 학습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인간 진화 과정의 폭력성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해서 이를 당연시 여기는 것은 아니다. 폭력성을 유발할 수 있는 태생적인 환경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가 후반부에 담겨있다. 유전자 차원에서 충동을 통제하거나 인지력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의 대사에 문제를 겪으면 지능이 낮거나 충동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충동적인 공격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죄자가 두려움을 느끼지 않거나 일반적인 문제의식,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도 전전두엽피질이나 편도체, 변연계 등 뇌의 특정 부분에서 발생해야 할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임신 중 임산부의 흡연이나 음주 뿐 아니라 출산 직후의 사회·정서적 안정감, 합병증 여부 등이 뇌의 폭력성과 연관된다는 사례가 제시된다.

폭력과 범죄의 시작점을 도발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인지하고 사회적인 노력을 통해 폭력이 줄어드는 세상을 도모하자는 차원에서 결론은 희망적이다. 폭력에 대해 이해하려는 저자의 노력은 결국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시도로 귀결된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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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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