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별 나를 키운 것들 김종광 지음·문학과 지성사·288쪽·1만 1000원

가끔씩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며 놀던 2살 어렸던 옆집 동생의 이름, 처음으로 까까머리를 깎았던 미용실의 상호명, 지금은 사라진 동네 오락실의 위치까지. 혼자만이 기억할 수 있는 추억 덕택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를 돌다 보면 더욱 그렇다.

책 `별의 별 나를 키운 것들`을 읽고 나니 사실 책의 내용보다 어렸을 적 나의 모습을 먼저 떠올랐다. 달력을 보며 방학과 명절을 기다렸고 하루 100원의 용돈을 모아 장난감을 살 생각에 설렜다. 당시 친구들과 주고 받았던 출처불명의 유행어도 생각났다. 어린시절의 추억들이다.

소설의 주요 무대는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충남 보령군 청라면의 어느 시골 마을이다. 그 곳에서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고 순박하기 그지없는 소년소녀들의 성장담을 그려냈다. 그 안에서 독자들은 점점 잊혀 가는 농촌의 풍경과,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들을 해학과 풍자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친구들끼리 짓궂은 장난, 게임을 하다 벌어지는 신경전, 성에 갓 눈을 뜬 청소년의 모습, 풋사랑의 설렘 등은 작은 이야기지만 소소한 웃음을 전달한다. 당시 이들의 모습을 통해 책은 비교와 경쟁, 피상적인 관계의 굴레에 갇힌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책은 당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의해 시달려야 했던 농민들의 애환도 다뤘다.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웃지 못할 실화들도 이따금씩 소개된다. 대통령을 비난했다가 삼청교육대에 다녀왔다거나 정부 정책을 믿고 목장을 차렸다가 소값파동으로 재산을 날린 이야기 등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억누르면서 삶을 살아가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군사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비극적 사건들도 책 속에 스며있는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풍자와 해학으로 부드러우면서도 무겁게 읽혀 진다.

저자의 자전적 체험이 바탕이 되서 인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눈길을 끈다. 등장인물끼리 나누는 대화를 읽다 보면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어떨지, 성격이 어떨지 유추가 가능해진다. 그만큼 자연스러운 사투리를 엿볼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저자의 실제 고향은 충남 보령이다.

별의 별은 어두운 밤하늘, 저마다의 빛을 잃지 않고 살아갔던 이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암담한 현실과 시대 분위기속에서 꿋꿋하게 버텨온 청라면 사람들의 모습이다. 더불어 한국 사회의 발전을 이룬 주역이 바로 이들이었다는 것도 알아둬야 할 대목이다. 유년시절이 다시금 궁금해진다. 오는 주말에는 어렸을 적 뛰놀던 동네를 돌아볼 생각이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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