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신작 백종열 감독 뷰티 인사이드

지난 주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암살`을 꺾고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한국영화가 있다. 바로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다.

영화는 지난 2012년 인텔과 도시바가 합작으로 만들어낸 동명의 광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매일 얼굴이 바뀌는 남자의 사랑이야기라는 참신한 소재를 통해 `진정한 사랑에는 외모가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6부작 광고는 2013년 칸국제광고제와 클리오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석권했다. 영화 역시 원작인 광고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영화의 주된 스토리는 한 남성의 평범한 러브 스토리이다. 다만 무려 21인 1역으로 화제를 모은 주인공 우진이 자고 일어날 때마다 모습이 바뀐다는 점이 특별함을 준다.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자고 일어나면 자신이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깨달은 우진은 이후 연애는 물론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잠에서 깨면 성별은 물론 연령대와 국적도 가리지 않고 얼굴이 변하는 탓에 누군가와 깊게 인연을 맺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가구 디자이너로 살아가던 우진은 어느 날 평생을 함께 하고픈 여자 이수(한효주)와 만난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멋진 남자(박서준)으로 변한 우진은 이수를 찾아가 데이트를 신청하고, 어떻게든 잠을 참으며 그녀의 곁에 머물고자 한다. 하지만 쏟아지는 잠을 참지 못한 그는 결국 머리가 벗겨진 남자(김상호)로 변해버리고 그녀의 곁에서 도망친다. 그리고 다시 바뀐 모습(천우희)으로 이수가 일하는 가구점에 인턴으로 출근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를 인정하지만 결국 문제가 생기고 만다. 우진의 삶은 행복으로 가득하지만 그의 곁을 지키는 이수에게는 점점 불행으로 다가왔고, 자연스럽게 이별의 위기가 찾아온다.

`뷰티 인사이드`는 제법 색다른 멜로 영화다.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남자`라는 설정과 모습이 바뀌는 남자와 평범한 여성이 나누는 진실한 사랑이라는 주제 모두 참신하다. 그리고 독특한 설정이 개성 있는 캐릭터와 맞물리며 만들어지는 웃음 코드도 참신하다.

영화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화면의 경우 20여 년 가까이 정상급 CF감독으로 활약한 백종열 감독의 역량이 반영된 만큼 감각적이고 아름답다. 영화는 화면을 볼수록 한 장면 한 장면을 매우 공들여 찍었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영화의 중심을 받치고 있는 한효주의 경우 행동 하나하나가 화보나 CF 속 한 장면처럼 보인다.

하지만 딱 그만큼이다. 영화는 이처럼 참신한 설정와 예쁜 화면, 독특한 캐릭터를 끝까지 살리지 못한 채 흥미로운 판타지를 평범한 기존 멜로 영화 중 하나로 만들었다.

`뷰티 인사이드`라는 제목 그대로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는 게 진짜 사랑이라는 메시지는 그동안 수백 편의 멜로영화에서 반복되는 주제다. 영화는 독특한 설정으로 이 주제를 새롭게 해석하려고 했지만 메시지는 러닝타임 내내 스토리의 주변부를 겉돌고 어느새 틀에 박힌 그저 그런 엔딩을 맞게 된다. 매일 얼굴이 변한다는 판타지를 원작 이상으로 확장하거나, 깊이 있게 변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엔딩을 도출하는 과정의 설득력 역시 부족하다는 점이다. 매일 외모가 바뀌는 난관에도 사랑을 이루지만 곧이어 찾아오는 난관에 관계는 파국을 맞고, 남녀는 결국 재결합한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이 같은 서사구조를 채우는 것은 우진의 외모가 변하며 생기는 에피소드와 뻔한 대사들 뿐이다. 여기에 영화는 `매일 얼굴이 바뀌어도 사랑은 지속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내면을 사랑하는 진짜 사랑이라면 가능하다`는 답을 내놓지만 관객들에게 이 해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정을 생략해 버렸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지적한다면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영화가 잘생기고 멋진 배우들을 내세워 러브신을 채운 점이 아쉽다. 잘생긴 우진의 대척점에 있는 배우들은 로맨스가 있어도 웃음을 주는 역할로 이용될 뿐이다.

참신한 소재를 살리지 못한 연출이 아쉬운 영화다. 다만, 아름다운 화면과 영화 전체를 뒷받침하는 한효주, 그리고 우진을 연기하는 21명의 배우를 고려하면 관람 가치는 충분하다. 오정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정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