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 계층구조 고착된 현실 종교·국가는 조정기능 상실 타인과 나의 존재 차이 인정 수평적 통합 사회 만들어야 "

2009년 12월, 사회 각계각층의 화합과 통합 증진을 위한 정책과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통합위원회가 설치됐다. 2013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통합위원회는 국민대통합위원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정부 차원에서 사회통합이란 이름을 내건 조직기구를 구성할 정도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 내부의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 알 만하다고 하겠다.

사실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갈등을 겪어왔고, 그 갈등의 폭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넓어지고 더 굳어져가는 모양새이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빈부갈등이다. 빈부간의 갈등은 사실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것이지만, 빈부간의 갈등에 대해 수긍하느냐의 여부는 그 사회가 경제적 출발점을 얼마나 균등하게 유지하느냐와 깊은 관련이 있다. 흔히 하는 속담 중에서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빗대어 보면 현재의 우리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성립할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개천에서 용이 나온다는 것은 그 부모나 주변 환경이 어떠하든 그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주어진다는 이야기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의 상하 계층 구조가 고착화돼 계측 간 이동이 막혀버렸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지금의 우리 사회는 개천에서는 지렁이만 나오는 사회가 돼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벽은 점점 높아지고 단단해져 간다. 이 같은 모습은 본래의 사회 구성원 내부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이른바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다양한 민족과 다양한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구성원으로 등장했다. 다문화 다민족 사회의 시대가 본격화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우리 사회 내부의 다양한 계층으로 융합돼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하부계급을 형성하는 이상한 양상이 전개됐다.

일반적으로 사회 내부의 갈등이 증폭됐을 때, 그 갈등을 해소하고, 또 그 갈등을 좀더 건전한 경쟁의 형태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종교이고 국가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갈등의 해소자로 기능 해야 하는 종교와 국가가 오히려 갈등의 원인 제공자가 되는 일을 너무나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국가이든 아니면 종교이든, 사회의 최종적인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그 중요한 역할이라고 한다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통이 강조되는 사회. 그리고 통합이 강조되는 사회. 그러한 사회는 불통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고, 갈등이 만연할 뿐만 아니라 증폭되기까지 한다는 이야기이다. 종교나 국가가 조정자가 아니라 오히려 갈등 증폭자 노릇을 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이야기하는 통합 혹은 소통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늘 아래와 위 간의 소통, 그리고 수직적인 사회 통합만이 이야기된다는 사실이다. 대통령과 국민 간의 불통, 정치인과 국민 간의 불통, 노사 간의 불통 그리고 그 결과는 갈등의 심화로 이어진다. 왜 그럴까.

아마도 사회통합의 기능이 수직적으로 배열된 때문이 아닌가 한다. 상하 간 수직구조의 피라미드 형태로 사회가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갈등이 위로 수렴될수록 배제당하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갈등이란 것 자체가 대등한 입장에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직적 통합은 오히려 문제를 더 강화할 뿐이다. 결국 수평적 통합이 필요한 것인데, 그 수평적 통합의 기능을 전통 사회에서 해왔던 것이 바로 종교이다. 대부분의 보편 종교는 그 교리 내에 사회 구성원의 `평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통사회에서는 국가에 의한 수직적 통합의 한계를 종교가 가진 수평적 통합 기능에 의해 보완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수평적 통합은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되, 그 다름이 `차별`로 이어지지 않게 기능하는데 핵심이 있다. 현실의 종교인들이 종교가 가진 사회적 기능에 얼마나 충실한가에 따라 갈등은 부추겨지기도 하고, 해소되기도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회통합의 첫 번째 걸음일 것이다.

석길암 금강대 인문한국연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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