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태양의 열기가 가득한 7월의 어느 무더운 날, 교무실에 전화벨이 울렸다.

"선생님, 저 김00인데요. 잘 지내셨어요. 저 아시겠어요."

"아,극동방송극 합창부 했었던 00이구나."

" 예, 맞아요. 바로 알아봐 주시니 좋네요."

5분 여간 통화를 하면서 W초등학교 근무시절의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가까운 주말에 다른 제자 한 명과 같이 만나기로 하였다. 두 명의 제자와 만날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며칠 후 20대 중반으로 성장한 제자들을 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옛 추억과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4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지금은 외고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고 올해 중등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00이, 의대 수의과에 다니며 미래 자신의 꿈을 피력하는 00, 두 제자들의 삶에 자신감 있어 보이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식사를 마치며 직접 만들었다는 조그마한 티백이 쌓인 선물 속에 써놓은 쪽지엔

"김성길 은사님께

선생님, 00이에요. 더 일찍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13년이 지나서야 연락을 드리게 되었어요. 그 만큼 더 진하게 숙성된 그리움과 감사함과 존경을 보여드릴 수 있겠죠? 초등학교 6학년,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저를 기르시고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말씀과 행동을 통해 따뜻한 성품까지 배워서 오늘날의 000이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선생님"

쪽지를 읽으면서 가슴 한 켠이 뭉클하고 제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 우리 선생님들의 기쁨이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에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한다.

헤어지면서 두 제자와 약속을 했다. 내년 임용고시에 붙고, 수의사 고시를 합격한 후에 다시 한 번 만나 회포를 풀자고…

오랜만에 만난 제자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통해 일상에서 지쳤던 나의 심신이 다시 한 번 활력을 찾는 것 같다. 올 여름도 이런 제자들을 떠 올리며 다시 한번 2학기를 위한 재충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성길 대전 샘머리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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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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