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는 3개의 한글 단어가 수록되어 있다. kimchi(김치), bulgogi(불고기), chaebol(재벌)이다. 김치와 불고기가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수긍이 가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재벌은 어떤가. 원래 재벌(財閥)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조어(造語)로, 우리가 수입해 쓰고 있는 단어인데 한글 발음인 chaebol(재벌)로 쓰여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순수한 의미의 재벌은 없어진 지 오래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글 발음이 옥스퍼드 사전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

재벌은 소수에 의해 지배되는 기업군을 일컫는 말로 단순히 부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소수의 몇 사람이 여러 기업과 산업에 투자하고 적은 소유권에도 불구하고 소속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성장 과정에서 재벌은 공기업과 은행 민영화, 부실기업정리, 수출 진흥 정책 등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의 수혜자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그 유례를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재벌에게 기대한 것은 낙수효과, 즉 우리 경제의 대표선수로서 키워 주는 대신 수출도 많이 하고 고용도 확대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 경제도 세계 15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것이다. 수출의 선봉장으로 국위선양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그러나 재벌이 가져다 주는 폐해 역시 만만치 않다. 황제 경영에 따르는 폐해를 보면 오늘날과 같이 다양성이 요구되고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 소수 몇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나 개인의 일탈행위는 소수 몇 사람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들에게 미칠 정도가 됐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움직일 수 있는 마법의 힘을 소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뻥튀기가 정상인 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주고 있다.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은 재벌가 사람들이 노동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보여줬고, 이번 롯데의 재산권 싸움은 소유구조가 얼마나 전근대적인가를 보여 주는 사건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는 말이 있듯 재벌 스스로 이 문제를 풀라고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이다. 국회와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상법, 공정거래법, 민법, 형법, 노동법 등을 개정해 뻥튀기를 못하게 해야 한다. 재벌에게만 못 하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누구도 뻥튀기는 죄라고 하는 인식을 뿌리 내리게 하여야 할 것이다. 임상일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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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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