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스페셜 올림픽 구기종목 정상 오른 임승환 대전원명학교 감독

2015 LA 스페셜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사상 첫 구기종목 금메달을 목에 건 원명학교 배구부 선수들과 임승완 감독(뒷줄 오른쪽).  사진=대전원명학교 제공
2015 LA 스페셜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사상 첫 구기종목 금메달을 목에 건 원명학교 배구부 선수들과 임승완 감독(뒷줄 오른쪽). 사진=대전원명학교 제공
"어린 선수들이 스스로 어려운 고비를 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것으로도 감동적인 대회였습니다."

지난 3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부터 반가운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세계 지적장애인의 스포츠 축제인 2015 LA 스페셜 올림픽 마지막날 우리나라를 대표해 대회에 참가한 대전장애인배구협회 팀이 한국선수단의 대회 첫 구기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더구나 대전원명학교 학생들과 졸업생 선수들로 꾸려진 대전장애인배구협회 팀은 더블 풀리그 형식으로 진행된 예선전과 결선 토너먼트에서 단 한 세트도 상대에게 내주지 않으며 대회 사상 첫 무실점 세트 우승이라는 다시나오기 힘든 기록도 남겼다. 하지만 대회 전까지 대전 선수단의 이 같은 선전을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표팀을 이끈 대전원명학교 임승완 감독은 "사실 대회 출전 목표는 딱 `1승`이었다. 4년 전 열린 2011 아테네 스페셜 올림픽에 당시 최강팀이던 충북선수단이 나가 전패를 거둔 전적이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우승했을 때보다 첫 승리를 거뒀을 때가 더 기뻤던 것 같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 정도로 만족할 생각이 없던 것 같다"고 말했다.

16살 막내부터 22살 맏형으로 짜인 어린 선수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다른 나라의 성인 선수들에게 주눅들지 않은 비결은 자신감이었다.

임 감독은 "첫 대회다 보니 정보부족으로 인한 어려움도 많았다. 현지 경기장의 네트 높이가 한국에서 연습하던 높이보다 높다는 사실도 현장에서 알았고, 엔트리 전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소한 룰도 있었다"며 "하지만 선수들의 자신감 덕분에 중간중간 만났던 고비를 어린 선수들이 스스로 잘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운동을 시작한지 50년 가까이 지났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에게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사실 대표팀의 주축이 된 원명학교 배구부가 처음부터 강팀은 아니었다. 지난 2011년 창단 당시만 해도 선수 대부분이 서브를 제대로 넣기도 힘든 실력들이었다. 하지만 배구부의 창단 목적이 전문적인 선수 육성이 아닌 스스로 설 수 있는 사회 구성원 양성인 만큼 임 감독과 교사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즐기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덕분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은 체육관을 찾아 배구를 즐겼고 그 사이 기량도 빠르게 올라왔다. 여기에 중앙중·고교 배구부의 재능기부까지 이어지며 원명학교 배구부는 어느새 전국 최강팀으로 우뚝 섰다.

제자들을 세계 정상으로 이끈 임 감독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임 감독은 "그동안 원명학교에서 장애선수들을 지도하며 가장 마음 아팠던 점은 선수들이 학교과정을 마치면 결국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며 "제자들이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며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마지막 남은 꿈"이라고 밝혔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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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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