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손두부 - 두부·청국장

어릴 적 겨울 즈음이면 집집마다 지붕에 대롱대롱 매달던 것이 있었다. 곰팡이가 슬어있는 네모난 덩어리, 메주다. 기자의 집도 마찬가지였다. 아궁이에 불을 떼면 뜨끈한 아랫목에 메주를 깔아놓은 뒤 이불을 덮어놓았다. 겨울 내내 집안에는 온통 `꼬릿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 냄새가 참 싫었다. 어린 마음에 `올해는 메주를 만들지 않으면 안돼요?`라며 부모님을 조르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나이를 먹으며 그 냄새가 `구수한 냄새`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됐다. 집에서 직접 만든 메주는 시중에 유통되는 된장들과는 감히 비교가 어려운 구수함이 살아있었다. 청국장 역시 그랬다. 집에서 만든 청국장은 냄새가 고약했지만, 입안에 돌던 그 감칠맛 만은 또렷이 기억날 정도다. 때문인지 이젠 먹지 못하는 집 청국장에 대한 그리움은 언제나 가슴 속에 남아있다.

그래서 청양에 청국장이 유명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작은 기대감이 들었다. 당시 먹었던 청국장과 얼마나 비슷한 맛이 날지 궁금했다. 정말 다행히도 구수하고 녹진한 그 맛은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시에 먹었던 그 맛과 아주 비슷했다.

충남 청양군 대치면 대치리의 `바닷물 손두부`는 손두부로 유명한 집이지만 청국장 맛집으로도 통한다. 2002년 처음 자리를 잡은 이후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청국장 집이 생겼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두부와 청국장 뿐 아니라 보리밥, 비빔밥도 유명하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주변에서 직접 공수하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토벽과 나무로 만든 구조가 훤히 보인다. 지붕도 틔워 놓아 살이 보일 정도다. 옛날 집 모양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메뉴와 분위기가 아주 잘 어울린다. 정겹기 그지없다.

청국장과 손두부를 시킨 후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나오는 반찬은 아주 훌륭하다. 곰취나물과 다래순 장아찌, 열무김치와 된장에 절인 고추 등 토속적이면서도 건강한 맛이 나는 것들이다. 간은 짜지 않고 적당하다. 모든 재료는 청양과 인근 보령에서 나오는 것을 사용한다. 원산지 옆에 생산자 이름을 써놓아 믿음이 간다.

두부가 먼저 나왔다. 일반 콩으로 만든 두부와 구기자를 섞어만든 두부, 서리태로 만든 두부 3 종류가 한 접시에 담겨있다. 심하게 단단하지도, 또 심하게 연하지도 않다. 그야말로 `적당한` 수준의 단단함이다. 간장에 찍어 먹어도, 김치와 함께 먹어도 고소함이 살아있다. 품질 좋은 콩과 간수 대신 사용한 바닷물 덕분일 것이다.

곧이어 나온 청국장은 국물이 아주 진했다. 두부와 느타리 버섯 등을 제외하고는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지만, 오히려 진한 콩의 맛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진한 국물에 밥을 슥슥 비벼 먹으면 한 그릇 비우는 것은 순식간이다.

밥을 다 먹었음에도 입 안에 콩의 구수함이 계속해서 남아있었다.

바닷물 손두부의 이천우(53) 사장은 "가게 외부에 장을 담그고 두부를 만드는 발효실이 있는데, 자신이 있기 때문에 손님들께 보여드리고 있다"며 "장독대에 장을 담그거나 절구로 직접 빻는 등 옛날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에 옛 맛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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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콩 맛을 느낄 수 있는 청국장(위쪽)과 바닷물로 만들어 고소함이 살아있는 두부.
진한 콩 맛을 느낄 수 있는 청국장(위쪽)과 바닷물로 만들어 고소함이 살아있는 두부.

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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