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지 터너 등 조용한 조력자 훌륭한 리더 뒤엔 협력자 존재 권력에 빠지면 충신은 사라져 건강한 2인자가 많은 사회 필요 "

다른 악기와 달리 피아노 연주에는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이 있다. 피아니스트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악보를 주시하고 있다가 정확한 시점에 소리 없이 재빠르게 악보를 넘겨 주는 사람을 `페이지 터너`라고 한다. 이 `페이지 터너`에겐 몇 가지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연주자 보다 화려한 옷을 입거나 화려한 액세서리를 해선 안되고, 연주자를 건드려서도 안되고, 악보를 넘길 때 소리가 나서도 안된다. 악보를 너무 빠르게 넘기거나 늦게 넘겨도 안된다. 그는 오로지 훌륭한 연주를 돕기 위해 온통 그 연주자 에게만 신경을 써야 한다. `페이지 터너`가 무대에 오를 땐 연주자의 뒤를 이어 조용히 따라 올라와야 하고, 연주가 끝난 뒤 우레와 같은 청중들의 박수소리가 쏟아질 때도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어야지 손을 흔들어 답례하거나 웃어도 안된다. 객석에 앉아 연주를 감상하는 관객들에게 `페이지 터너`는 관심 밖이요 아무도 그의 존재를 알아주지 않지만 그는 무대 위의 또 다른 연주자로서 연주자에겐 없어선 안될 반드시 있어야 하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더는 이런 자기희생의 협력자들을 통해 탄생되었다. 스타는 빛나지만 그를 돕는자들은 빛나지 않는다. 이런 이들이 많은 사회 일 수록 그 사회는 건강해 진다.

남극대륙의 위대한 탐험가 어니스트 새클턴은 배가 침몰하고 남극 정복이라는 꿈이 사라지자 스스로 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절망적 상황에 직면했다. 방향을 알 수 없었고 매서운 추위와 굶주림이 다가왔다. 그는 1인자의 영웅 심리를 버리고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또다시 기회가 찾아온다"며 동료들을 격려하여 결국 634일간의 사투 끝에 단 한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27명 전원이 무사히 귀환했다.

진시황은 뛰어난 선견지명과 과감한 결단으로 천하를 얻었으나 1인자가 겸해야 할 2인자 리더십을 갖지 못해 몰락했다. 그는 자신이 천하를 통일했다는 스스로의 업적에 취해 권력과 쾌락에 빠져들었다. 이 때문에 그가 세운 진나라는 불과 15년 밖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권력과 쾌락에 취하니 그의 주변에는 그것을 이용하는 기회주의자들만 들끓기 시작했고, 나라를 위한 충신들은 사라졌다. 주역에 "군자는 편안해도 위기를 잊지 않고 존재해도 망함을 잊지 않고 다스려져도 혼란해짐을 잊지 않는다"했다.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한 호걸이었지만 군자는 아니었다. 리더는 편안할 때 위험한 때가 올 것을 경계하고 스스로 잘 있어도 그것이 무너질 수 있음을 생각하며 화평해도 분란이 일어날 상황을 항상 주의해야 한다.

`리더십 바이러스`를 쓴 김우형은 리더가 되는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한 비전에 대한 압박 때문에 책임감을 부담감으로, 권한을 권력으로, 비전을 개인적인 야망으로, 변질시키는 리더십에 노출된다고 했다.

아이어코카는 미국의 클라이슬러 자동차회사를 파멸 직전에 구해낸 최고경영자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재임 후반기 그는 스스로 타락한 스타의 위치에 군림 했다. 그는 자신을 빛나는 CEO로 부각시키는데 집중하여 TV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하여 TV광고도 80여편이나 찍었다. 대중적 인기를 얻자 미국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는 은퇴 시점에 회사에 전용 제트기를 요구해 비난을 받았으며 말년에는 돈만 밝히는 존재로 인식됐다. 1인자가 되었지만 2인자 리더십을 제대로 보이지 못해 결국 2인자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이 형제간 서로 1인자가 되려는 볼썽사나운 싸움을 벌이고 있어 국가적 망신을 시키고 있다. 한 부모 밑에서 태여 나 한 솥밥을 먹고 자라온 형제끼리 그것도 부모님의 배려로 성장한 기업을 왜 함께 나눠 갖지 못하고 추태를 벌이는지 심히 안타깝다. 어디든 2인자가 많은 공동체가 건강한 공동체다. 나는 언제든 2인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독재자의 말로가 얼마나 비참한지는 인류 역사가 끊임없이 가르치는 교훈이다.

김용혁 노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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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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