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의 재발견 앨러스테어 보네트 지음·박중서 옮김 책읽는수요일·412쪽·1만5000원

서울 북촌이나 서촌뿐 아니라 지역마다 오래된 골목 투어가 사람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무엇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그곳으로 이끄는 것일까?

자신들의 정체성이 사라진 공허한 도시에 애착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옛 공간에 대한 향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자는 인간이 지닌 `장소에 대한 본질적 사랑` 즉, `토포필리아` 라 말한다. 토포필리아는 추억의 비빌장소가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 한 줌 땅을 차지하기 위한 열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놀랄만한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흥미는 지리학 그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것이어서 기원전 200년경 저술된 에라토스테네스의 `지리학`에도 유명한 도시와 거대한 강 여러 곳이 언급돼 있다. 저자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장소를 만들고 장소를 사랑하는 종이라 말한다.

구글 어스 같이 지구 위 모든 장소들을 작은 골목까지 속속들이 보여주는 세상에서 사람을은 "이제 세상의 모든 곳에 대한 탐험과 발견은 끝났다" 말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리의 상상력이 구애받지 않고 배회할 수 있도록 허락된 장소들`을 원하고 필요로 한다. 저자는 잃어버린 곳, 숨어 있는 곳, 주인 없는 땅, 죽은 도시, 예외의 장소, 고립 영토와 분열국가, 떠있는 섬, 일시적 장소 등으로 장소를 구분하고 길모퉁이 골목, 옛 도시의 숨겨진 터널, 삶의 터전이 된 마닐라 공동묘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중국과 북한의 무인도시 등 세계 40여 곳의 이색적인 장소로 독자를 이끈다. 더불어 거기 깃들인 삶을 통해 정착하지도 탈출하지도 못하는 도시인의 향수와 욕망을 이야기한다. 노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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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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