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마지막 비무장지대를 걷다(서재철 지음)=전쟁과 정전의 현장, 그리고 생태계의 보고.두 얼굴의 비무장지대를 종주하며 탐사한 책이 출간됐다. 현재 녹색연합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재철 씨가 분단 70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를 맞이해 비무장지대 전 구간을 민간인 신분으로 종주한 기록을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각종 사료와 해당 지역의 흔적과 증언 등을 통해 비무장지대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울러 비무장지대 인근 유일한 민간인 거주 지역인 대성동 이야기나, 비무장지대 철책선 인근에서 벌어진 유해발굴사업 이야기 등을 통해 전쟁이 남긴 상흔이 여전한 한반도의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휴머니스트·344쪽·1만8000원

◇스페인 은의 세계사(카를로 M. 치폴라 지음)=이탈리아의 저명한 역사학자 카를로 치폴라가 생애 말년에 자신의 주 전공인 화폐사로 돌아와 저술한 책이다. 이 책은 스페인 은화의 오디세이를 통해 동서양 두 세계가 파노라마처럼 연결되는 역사적 과정을 복원해 보여준다. 은은 국제 시장에 무제한적인 유동성을 부여한 재화이자 너 나 할 것 없이 앞다투어 가지려고 한 재화였다. 바로 이 때문에 스페인은 아메리카로부터 막대한 양의 은을 건네받아 인적 자원으로나 물적 자원으로나 보잘것없던 나라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세계 최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은은 곧 스페인 제국의 통제를 벗어나 전 유럽으로, 더 나아가 투르크와 페르시아, 인도와 중국으로 퍼져 나갔고, 화폐이자 재화로서 세계 경제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가히 혁명적인 방식으로 대륙 간 장대한 무역의 발전을 촉진했다. 미지북스·156쪽·1만1800원

◇함석헌 평전(이치석 지음)=함석헌은 20세기 한국 현대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고, 1979년, 1985년 두 차례 노벨평화상 후보로 올랐으며, 시인, 문필가, 역사가, 교육자, 언론인, 민주화 운동가, 평화주의자 그리고 씨알 사상가 등 백 개의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랄 인물이다. 그런 함석헌에 대한 평전이 새로 나왔다. 지금까지 나온 평전이 함석헌의 출생부터 운명까지의 생애 일대기를 엮은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은 함석헌 사상의 궤적을 중심에 놓고 생애와 행적을 엮었다는 점이 독특하다. 저자는 함석헌이 스스로를 "인생의 의미를 찾는 자"라고 이른 것에 주목해 씨알 사상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사상투쟁을 `혁명을 꿈꾼 낭만주의`와 연결했다. 시대의창·488쪽·2만원

◇에덴의 물방울(이형자 지음)=대전여성문학회와 동인 `꿈과두레`을 이끌고 있는 여류 시인 이형자씨가 그의 세 번째 시집 `에덴의 물방울`을 최근 펴냈다. 늦은 나이에 문학의 길에 들어선 시인은 집안 일을 마치고 새벽에 글을 쓰면서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아름다운 언어로 기록했다. 크게 4부로 나뉜 이 시집은 에덴의 물방울, 밤똥, 배꼽밥 소식, 소반다듬이, 부력의 힘, 손발이 궁금하다, 복음의 그늘, 물의 거푸집, 석류, 바람의 습성, 틈입자, 뱀의 허물, 땅강아지2 등을 수록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 시편들로 시집을 만난 즐거움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림토·127쪽·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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