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신작 최동훈 감독 암살

스타 영화 감독 `최동훈`과 스타배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가 만났다. 흥행이 안될 수 없는 조합니다. 순 제작비만 180억원이 들어갔다. 1930년대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배경부터 소품들까지 돈 들어간 티가 난다. 러닝타임이 2시간 39분이다. 감독이 찍고 싶은 장면은 다 들어갔음직한 시간이다.

그런데. 극장 문을 나서는 동안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배우도, 인상깊은 장면도 떠오르지 않는다. 암살은 누가, 무엇을 집중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는 영화다.

영화 `암살`의 배경은 일제 강점기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본 측에 노출되지 않은 세명을 암살 작전에 지목해 조선 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박병은 분)와 친일파 강인국(이경영 분)을 처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암살 작전에 투입된 세명은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분)`,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분)`,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 분)`이다. 김구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 분)은 이들을 찾아 나서고, 이 과정에서 염석진과 살인청부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 영감(오달수 분), 카와구치의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엮이며 영화의 흥미를 더한다.

소재와 캐스팅부터 기대를 불러일으킨 `암살`은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 우선 작품을 만드는 사람과 참여하는 사람 모두 `스타`다. 최동훈 감독은 지난 2004년 `범죄의 재구성`을 시작으로 `타짜` `전우치` `도둑들`까지 만드는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 모으며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남긴 `믿고 보는 감독`이다. 배우층도 탄탄하다. 앞서 `도둑들`로 `천만 관객의 맛`을 톡톡히 본 이정재와 전지현이 다시 만났다. 팬층이 두터운 하정우도 합류하면서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을 갖추고 있다.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만큼 볼거리도 충분하다. 미츠코시 백화점과 항저우 임시정부와 상하이의 화려한 밤거리를 완벽하게 재현해 화면에 담아낸 장면은 감독이 공들인 티가 난다. 의상과 세트 등도 얼마나 신경을 써 제작했는지 스크린 속에서 그 노력이 보일 정도다. 본격적인 암살 작전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최 감독의 연출 내공이 확연히 드러난다. 홍콩 느와르 총격신을 보는 듯한 카메라 워크와 긴박감에 할리우드와 비견할 만하다.

무엇보다 광복70주년이라는 국내 상황과 맞물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매국노 처단이라는 소재 자체가 관객의 흥미를 끌기 충분하다.

하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별들의 잔치`였음에도 눈에 띄는 캐릭터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가 보이지 않는다. `도둑들`에서 애니콜로 `재발견`의 기회를 움켜쥐었던 전지현에게선 반전 매력을 찾기 어렵고, 하정우도 매력적인 역할 대비,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나마 이정재가 재판 신에서 연기력을 폭발하면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일 뿐이다. 영화 초반 시퀀스가 뚝뚝 끊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 감독이 시대적 배경과 주제 의식에 주목한 나머지 이야기에 탄력을 주지 못한 탓이다. 다양한 인물과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서사 부분이 약해졌고 코믹요소가 이전 작품에 비해 줄었으며, 전체적인 템포도 전작들에 비해 떨어진다. 때문에 암살 작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적지않게 늘어지는 지루함을 견뎌야 한다. 중반부에 갈등이 해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 흐름 역시 관객들의 성향에 따라 좋고, 싫음이 갈릴 수 있다.

최 감독 또한 "암살을 소재로 하다 보니 느리게 긴장을 조일 필요가 있었다"며 "이야기에 제동이 걸린 뒤에도 대중이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암살`은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는 영화다. 개봉 8일만에 누적관객수 460만명을 넘겼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눈과 귀가 호강했다고 해서 `웰 메이드` 영화라는 수식어를 붙이는것은 다소 과할 수 있다. 웰 메이드 영화는 스토리, 연기, 연출 등 뭐 하나 흠잡을 데 없을데 쓰는 표현이므로.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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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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