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거에 적용할 국회의원 정수 문제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각각의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국회에서 늦어도 다음달 13일까지 결정해 선거구획정위에 통보를 해야 함에도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이런 대립적인 상황에서 최근의 여론조사는 의원 정수 유지쪽에 손을 들어 줬다. 민심의 풍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결과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따르면 그동안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 룰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의원 정수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이 커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친 뒤 재협의에 나서겠다고 한다. 여론의 시선이 따가운 상황에서 여야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고,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나름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정개특위에서 여야간 이견이 없는 사안들을 일사천리로 처리한 것과 대비된다.

의원 정수에 대해 최근까지 기류를 보면 기존의 입장과 변함이 없다. 새누리당은 늘어나는 지역구 의원 수만큼 비례대표 의원을 줄여 현행 300명 정원을 유지하자는 주장이다. 논리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국민이 원치 않는 상황"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야당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369명까지, 정의당은 360명 선을 제시해 협상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야당의 근거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게리멘더링(특정 정당에 유리한 획정)이 되지 않으려면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맞서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여론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현행 의원 정수 유지를 선호했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 정도는 세비를 삭감하더라도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반대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27.3%에 불과했다. 의원 정수 유지가 확대 보다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는 충청권을 비롯해 수도권 등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전권의 한 의원이 "현행 300명보다 늘이자는 주장은 참 눈치도 없다. 국민이 용납하겠는가"고 한 지적한 말은 여론을 읽고 있다는 점에서 곱씹을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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