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번호 변경 이유에 대한 당국의 설명을 들어보면, 작년 1월부터 본격 시행 중인 도로명주소에 우편번호를 연동시키기 위한 것인 듯하다. 다섯 자리 중 세 자리는 시·군·구까지의 번호이고, 뒤의 두 자리 숫자는 새로 도입하는 국가기초구역 제도에 해당되는 번호라는 것이다. 생소한 이름의 국가기초구역이란 시·군·구를 장방형의 여러 구획으로 나누어 설정해 우편물 배달을 빠르게 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 우편번호 변경이 좋게 생각하면 좀 더 빠르고 나은 배달 서비스를 위한 것이라는 말인데, 시민들은 이렇게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제도의 잦은 변경이 주는 번거로움을 더 크고 무겁게 여기고 있다.
현행 우편번호는 1988년 처음 도입된 여섯 자리 우편번호를 한 차례 개정해 2000년 5월 1일부터 시행돼 온 것이므로 15년만에 바꾸는 것이라고 당국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편번호도 주민등록번호처럼 한번 정하면 수십 년, 수백 년은 가야 할 국가적 고유 번호인데 너무 자주 바꾼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소홀한 홍보 덕에 우편번호 제도가 사상 처음 도입된 1970년 당시의 다섯 자리 우편번호와 얼마나 다른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는 시민들도 없다.
새 우편번호가 정착될 때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편물을 보내야 하는 시민이나 배달해야 하는 집배원이나 오랜 동안 혼돈과 어려움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자칫하면 도로명주소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갈짓자 걸음을 할 지도 모른다. 이처럼 국민들의 습관, 사고체계와 다른 제도를 도입하면 유무형의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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