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흥전통묵집 - 묵밥·두부

메밀은 성질이 서늘한 탓에 찬 음식에 속한다. 때문인지 여름이 되면 메밀로 만든 음식들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불볕더위가 한창인 날, 차가운 메밀국수를 한 소끔 말아먹으면 그만큼 더위를 잊기에 좋은 음식도 없다.

부석사를 방문한 뒤 마침 더위에 허덕이고 있던 차였다. 후덥지근한 기온 뿐만 아니라 장맛비로 인해 꿉꿉해진 날씨는 더욱 성가신 더위를 선사했다. 당장이라도 시원한 계곡물에 뛰어 들어 더위를 식히고픈 마음 뿐이었다. 그래도 금강산도 식후경 아닌가. 주린 배를 채우려 마땅한 곳을 살펴보다 40년 전통의 메밀묵집을 발견하는데 이르렀다. 잘근잘근 썬 메밀에 밥을 말아 한 끼를 때우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 순흥로39번길 21에 위치한 `순흥전통묵집`으로 발길을 향했다. 사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식당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있는 일반 가정집과 닮았다. 여하튼 배가 고픈 나머지 식당에 들어서 자리에 앉았다.

차림표를 보니 두 가지 뿐이다. `전통묵밥`과 `두부`다. 단촐하다. 고민할 게 없기 때문에 전통묵밥 1인분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며 식당 내부를 둘러보다 보니 `부석태`라는 게 눈에 띈다. 콩의 이름이다. 처음엔 근처에 부석사가 있어 그러려니 했는데 영주의 특산물이기도 하다. 일반콩보다 1.5-2배 정도가 굵고 크다. 헌데 이 것으로 이 식당의 두부를 만든다고 하길래 맛이 궁금해 두부도 함께 주문을 했다. 묵밥과 두부, 못먹을 양이었지만 포장이 가능하단 말에 시키기로 했다.

배고픔과 궁금증이 교차하고 있는 사이 묵밥이 식탁에 올랐다. 그 전에 밑반찬도 함께 올랐다. 밑반찬 중 특이한 반찬이 눈에 들어왔다. 명태포를 조린 반찬이다. 풋고추도 함께 버무려져 쫄깃한 식감과 매콤함이 감돈다. 특이한 맛은 없으나 계속 젓가락이 향한다.

밥을 말아 묵밥을 한 수저 떴다. 우선 첫 맛에는 고소한 향이 입가에 감돈다. 참기름의 향이다. 이 외에 고소함을 가미시켜주는 맛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깨소금이다. 김과 깨소금은 참기름의 고소한 맛을 더욱 고조시킨다. 참기름의 느끼함은 중간중간 잘게 썰어 놓은 김치가 해결해 준다. 고소함과 시큼한 김치가 앙상블을 이룬다. 메밀묵은 부드러운 식감을 뽐낸다. 너무 탱탱해도, 물러도 안되는 메밀묵 식감의 적당함을 유지하고 있다.

부석태로 만든 두부도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를 집어 양념장에 살짝 찍은 후 입에 넣었다. 이 또한 고소함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달짝지근하다는 표현이 앞선다. 두부를 씹는 내내 입가에는 고소함이 감돈다. 콩의 고소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다. 양념장을 찍지 않아도 두부 본래의 맛으로 입맛 해결이 가능하다.

간단히 한 끼를 해치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불편한 맛이 없이 끝까지 편안하고 담백하다. 묵은 포장할 경우 묵포장만 가능하고 양념은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

△ 예약 및 문의 ☎054(634)4614 △차림표 전통묵밥 7000원(모묵 7000원), 두부 6000원(모두부 50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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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잊게하는 메밀묵밥(위)과 부석태로 만든 두부.
더위를 잊게하는 메밀묵밥(위)과 부석태로 만든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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