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8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됐음을 선언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엄격한 국제기준에 따른 종식선언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집중관리병원 15개 모두 관리해제 됐고, 23일간 새 환자가 전혀 없었으며, 어제로 격리자가 모두 해제되는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국민께서 이제는 안심해도 좋다는 것이 의료계와 정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스 종식 선언은 첫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69일 만이다. 올 여름 내내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가 종료됐다고 하니 안도의 한숨을 내게 됐다.

그러나 의료진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이번 메르스 사태가 남긴 기록들은 의료 선진국의 입장에서 오점으로 남게 됐다. 최종 현황을 보면 국내 메르스 확진 환자 수는 186명에 달했다. 확진 환자 중 138명(74.2%)은 건강을 되찾고 퇴원했다. 사망자는 36명으로 치명률은 20% 가까이 됐다. 특히 국내 최고 병원으로 꼽히던 삼성서울병원은 부분폐쇄 되는 수모를 당했다.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 생계까지 위협했던 메르스 사태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교훈을 남겼다. 가장 큰 문제는 초동대처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이다. 당초 최초 발병자는 발열 증세를 보인 9일 뒤에야 확정 판정을 받았다. 환자는 이 기간 동안 병원 여러 곳을 전전했고, 이후 2차 감염자가 급증했다. 이른바 메르스 저지를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다.

컨트롤 타워의 부재 현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초기에 확진 환자가 나오고 감염 환자가 확산됐지만 컨트롤 타워는 오락가락 했다. 감염병을 관리하고 통제할 정부 조직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일반 병상의 과밀화 현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다인실 병상이 메르스 확산의 주원인이었던 만큼 병실 환경이 대폭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전염병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다시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선 사전 대비와 예방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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