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마을이 전형적인 우리네 농촌 풍경인데 반해 프랑스 고딕양식의 합덕성당은 주변 환경과 다소 이질감이 느껴진다. 막상 성당에 가까이 다가가자 붉은 빛을 띄는 외벽과 푸르른 주변 조경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발현되는 아우라로 이질감을 충분히 상쇄시켰다. 마을을 지나는 덕평로에서 성당을 마주보며 걸어가면 계단 위 하얀 예수상이 두 팔을 벌려 방문객을 환영한다.
1929년에 신축된 건물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잘 정돈된 본당은 불에 구운 벽돌과 목재를 이용해 축조된 연와조 구조로 돼 있다. 합덕성당은 1890년(고종 27년)에 예산군 고덕면 상궁리에 설립된 양촌성당의 전신이다. 이후 1899년 초대 본당주임인 퀴클리에(Curlier, J. J. L.) 신부가 현 위치에 한옥으로 성당을 건축하면서 합덕성당으로 그 명칭을 바꿨으며 7대 주임인 패랭(Perrin.P) 신부가 현 성당을 신축했다.
유럽의 크고 화려한 성당들에 비해 소박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굳건한 모습은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에도 굴하지 않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하다.
건물 외벽은 붉은 벽돌 바탕과 회색 벽돌로 문양이 더해져 멋스럽다. 다소 딱딱해 보일 수 있지만 출입문과 창문이 완만한 봉우리를 닮은 아치형으로 설계돼 부드러움을 더했다. 내부로 들어서자 붉은 외부 바탕과는 달리 흰 색으로 칠해져 여신자들의 미사보가 덮여있는 듯 순결함을 느끼게 해준다. 오와 열을 맞춘 의자들 사이사이로 줄지어선 회색 기둥은 아치형 천장을 떠 받치고 있다. 내부 한켠에 자리잡은 고해소 역시 합덕성당 외형을 축소해 그대로 옮겨놓아 인상 깊다.
출입구에서 정면에 위치한 제대는 성(聖)스러움을 여실히 드러냈다. 적갈색 제대 위의 금빛 양초와 예수님의 십자가는 양쪽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환하게 비출 수 있게 자리 하고 있다.
산책길을 따라가다 보면 예수와 마리아의 생애가 표현된 조형물과 함께 김대건 신부의 동상도 세워져 합덩성당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김석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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