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기자가 찾은 맛집 23 세종시 조치원읍 금남농원-닭볶음탕

삼복더위의 한 가운데에 있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더위에 지친 몸에 원기를 불어넣으라는 날이 바로 복날이다. 복날에 먹는 대표 음식재료는 닭이다. 인삼과 닭을 푹 곤 삼계탕이 복날을 대표하지만 오늘 소개할 메뉴는 닭볶음탕이다.

세종에서 2년을 근무하면서 '닭볶음탕 하면 바로 이 집'하고 떠올리는 맛집이 있다. 조치원읍 세종여고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둑방길 옆에 허름한 건물이 하나 서 있다. "이런 곳에 음식점이 있네" 할 정도로 외진 곳이다. 닭과 오리요리 전문점인 금남농원(대표 최정애)에서 맛본 닭볶음탕은 단연 최고다.

일반적으로 닭볶음탕이라고 하면 국물이 거의 없거나 자작하지만 이 집 닭볶음탕은 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물이 넉넉하다. 거의 찌개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커다란 뚝배기에 나오는 닭볶음탕에는 묵은지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다. 국물이 거의 없는 닭볶음탕에 익숙한 식객이라면 다소 낯선 모습이겠지만 먹어보면 왜 이 집 닭볶음탕을 첫 손에 꼽는 지 고개가 자연스럽게 끄덕여질 것이다.

닭과 묵은지의 만남. 둘의 조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가득 고인다. 닭 껍질에서 나온 기름기가 밴 묵은지는 마치 들기름에 달달 볶은 듯 고소하다. 시큼한 묵은지는 닭고기의 누린내도 잡아주고, 느끼함도 없앴다. 두툼하고 쫄깃한 닭고기 한 점에 묵은지를 돌돌 말아 먹으면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묵은지가 반 포기나 들어가서 그런 지 국물도 깔끔하다. 눈으로는 짠맛과 매운맛이 강해 보이는데 국물을 떠 먹으면 간이 딱 맞다. 이 집은 주인장의 친언니가 직접 기른 토종닭 암탉만 사용한다. 성인 3-4명이 먹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닭의 사이즈도 크다. 닭을 먹기 좋게 토막을 낸 뒤 집고추장, 물엿, 간장 등 갖은 양념과 감자, 무, 소주, 물 등을 함께 넣고 7-8분 정도 센 불에 1차로 익힌 뒤 후추, 생강, 마늘 등 향신료를 넣고 재차 익힌다. 그런 다음 멸치, 다시마, 고추씨, 무, 파뿌리, 대파를 넣어 푹 끓인 육수에다 파, 양파를 넣고 10분 정도 더 끓인다. 국물에 뜬 닭기름은 모두 제거한 뒤 묵은지를 얹은 다음 손님상에 내놓는다. 담백하고 묵은지의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묵은지를 볶지 않고 그대로 올린단다. 묵은지와 닭볶음을 다 먹은 뒤에 우동면을 넣어 먹는 맛도 좋다. 면으로 부족하다면 자작한 국물에 들기름을 넣어 볶은 밥도 과식을 부르는 맛이다. 이 집 밑반찬도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나물류의 경우 양념맛을 최소화해 재료가 갖고 있는 맛을 그대로 살렸다. 이 집의 특이한 점이라면 닭볶음탕이 나오기 전 서비스로 맛깔스러운 닭발볶음이 푸짐하게 나온다.

△주소:세종시 조치원읍 봉산리 178-5 △전화번호:044(865)8645

△메뉴:닭볶음탕 4만5000원, 한방백숙 4만5000원, 오리한방백숙 5만원△테이블수:4인용 9개 △주차장:음식점 앞 3대 정도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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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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