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여행 꿀팁 대방출

개화예술공원 선녀연못 육필시비산책로. 연햡뉴스·보령시 제공
개화예술공원 선녀연못 육필시비산책로. 연햡뉴스·보령시 제공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광고 속 카피를 실천할 때가 왔다. 올 여름 우리는 심신이 지쳤다. 메르스 공포에 움츠렀고, 더위에 축축 늘어졌다. 일을 해도 능률이 안 오르고, 시원한 바다 풍경 사진만 찾아 헤맸다. 이는 분출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분출, 일탈, 힐링.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휴가지가 있다.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를 끼고 신나게 달릴 수 있고, 온 몸에 머드를 칠하고 개그맨 박명수의 `쪼쪼댄스`를 춰도 전혀 어색하지 않으며, 시원한 자연풍을 쐴 수 있는 그곳. 바로 보령이다. 바닷물에 모든것을 털어버렸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예술공원도 있으니 보령에서 머드축제만 체험하고 가면 손해다. 클럽보다 신나고, 에어컨 바람보다 시원한 보령으로 떠나보자.

◇보령 냉풍욕장=대전 유성에서 평일 오후 출발했다. 네비게이션에서 냉풍욕장을 검색하니 소요시간 1시간 30분이 찍힌다. 순식간에 달려 도착한 보령 냉풍욕장은 이글대는 폭염에도 항상 13도를 유지하는 `별천지`였다. 자동차 에어컨 바람과는 비교 불가. 아이스크림으로 치면 `레몬 샤베트`와 같은 맛이랄까. 바람 맛이 시원하고 깨끗하고 상큼했다.

냉풍욕장의 찬바람은 지하 수백 미터에 달하는 폐광에서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는 대류현상 때문에 만들어진다. 바람의 온도가 항상 13도로 유지돼 30℃이상 폭염일 때에는 20℃이상 온도차를 보여 상대적으로 추위를 느끼게 된다. 천장에 보온덥개로 덥혀있는 냉풍욕장을 약 200m를 걷다보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아이와 함께 들어갈때는 긴옷이나 얇은 담요를 준비해도 좋다.

정신 번쩍 나게 하는 냉풍욕장에서 나오니 고소한 부침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양송이 버섯 부침전이다. 냉풍욕장에서 나오는 찬 바람으로 140여 농가가 양송이 버섯을 재배해 현장에서 저렴한 값에 버섯과 버섯요리를 내 놓는다. 안 먹어보면 후회할 만큼 맛있다.

◇석탄박물관=냉풍욕장에서 1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근대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됐던 석탄. 바로 석탄 박물관이다. 1995년에 전국 최초로 박물관을 만들었단다. 1980년대 83곳에 달했던 광산은 시대와 사회 변화속에 지금은 단 한곳도 남아 있지 않다. 작업중 사고를 당한 광부의 모습과 채굴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사실적인 전시물을 보면서 당시를 떠올릴 수 밖에.

전시장은 내부전시관, 갱도전시장, 야외 전시장으로 나뉘어 있었다. 보령석탄박물관은 국내 최초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 400m까지 수직갱으로 내려가고 올라오는 효과를 실감나게 재현해 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부전시관으로 들어가면 탐구의 장, 발견의 장, 참여의 장, 확인의 장, 체험의 장 등 전시관에서 화석과 모의갱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갱도의 입구 모습, 압축기, 광차 등의 장비가 전시돼 있어 생생한 석탄의 역사도 확인 가능하다. 실제 연탄(9공탄)과 똑같은 모양인 미니연탄만들기 체험도 해 볼 수도 있다. 1000원을 내면 연탄 재료인 석탄가루를 미니연탄틀에 넣어 찍어내는 형식으로 1-2분안에 미니 연탄이 만들 수 있고 담아 갈 수 있는 용기도 준다.

◇대천해수욕장=박물관에서 대천해수욕장까지 약 30여분.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길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창문을 열고,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 할수만 있다면 따라 불러도 좋겠다.

대천해수욕장은 끝이 없을것만 같은 하얀 백사장, 맑고 푸른 바다, 백사장 뒤편으로 늘어선 해송의 물결, 사람도 풍경이 된다는 말이 과하지 않는 수만명의 관광객까지. 왁자지껄한 그곳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신바람이 절로 난다.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보령머드축제는 관광객들에게는 덤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머드를 바르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춰도 이상할 것이 없는 곳이 바로 대천해수욕장 머드축제장이다. `쿵쿵따~꿍쿵따`. 가만히 있고 싶어도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이곳에선 1만원만 있으면 게임, 스포츠 형태의 14개의 머드체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만원의 행복이다.

◇개화예술공원=바닷물에 피로를 던져놨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할 터. 대천해수욕장에서 20-30분을 달려 도착한 개화예술공원은 심신을 안정시켜주는데 제격이다. 미술관, 허브랜드, 연꽃 산책로, 곤충관, 민물고기 전시관, 꽃집, 레스토랑 등 면적만 18만1794㎡(5만 5000평)에 달한다. 보물창고가 따로없다. 개원한지 18년이나 됐다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게 신기할 따름이다. 시인들이 직접 글을 새긴 시비, 보령 오석을 이용해 작업한 조각상 800여점이 눈 앞에 펼쳐진다. 웬만한 체력 가지고는 걷기조차 힘들다. 보령시민들에게는 무료. 외부 관광객들에게는 4000원을 받는다. 엄청난 규모와 다양한 체험시설, 눈이 호강하는 이런 시설의 관람료라고 보기엔 싸다고 느낄 정도다. 개화예술공원을 대표하는 별미 꽃밥도 한번쯤 먹어봄직하다. 허브 꽃밥은 비빔밥이다. 반찬에 각종 허브를 넣고 초장을 쳐서 비벼먹으면 된다. 한번 맛보면 숟가락을 쉽사리 내려놓기 힘들다.

올 여름 무작정 떠나고 싶다면 보령으로 가라. 일에 파묻혀 앞뒤 보지 않고 열심히 달려온 당신에게 바다가 물을 것이다.

"열심히, 잘 살았냐?"고. 그때 돌아보면 된다. 여름 휴가가 좋은 것은 상반기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남은 시간을 새롭게 추스려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보령은 분출과 일탈, 자기반성, 지친 영혼에 힘이 돼 줄것이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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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까지 와서 머드축제만 즐기고 돌아가기엔 아쉽다. 분출, 일탈, 힐링.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휴가지가 바로 보령이기 때문이다. 머드축제를 즐기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보령까지 와서 머드축제만 즐기고 돌아가기엔 아쉽다. 분출, 일탈, 힐링.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휴가지가 바로 보령이기 때문이다. 머드축제를 즐기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대천해수욕장.  사진=보령시 제공
대천해수욕장. 사진=보령시 제공

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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