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식당 - 밴댕이 조림

 직접 담근 간장과 이 집만의 '비린내 잡는 육수'로 맛을낸 밴댕이 조림.
직접 담근 간장과 이 집만의 '비린내 잡는 육수'로 맛을낸 밴댕이 조림.
보령에 가면 뭐 먹지?

휴가지에서 음식을 잘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한것도 없다. 보령하면 으레 푸짐한 회 한상, 조개구이를 떠올릴테지만, 예상가능한 음식은 노! 적당한 가격에, 주인장 손맛이 깃든, 미식가들만 찾아간다는 집을 발견했다. 충남 보령시 대해로 8(명천동 482-2)에 위치한 `수정식당`이 오늘의 주인공 되시겠다. 도로 가에 위치한 허름한 이 가게의 주 메뉴는 밴댕이조림. 메뉴판에는 `빈뎅이` 조림이라고 떡 하니 부쳐있지만, 밴댕이가 표준어다. `밴댕이 소갈딱지 할때`의 그 밴댕이다. 밴댕이는 잡는 사람도 살아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성질이 급해 일찍 죽는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너그럽지 못하고 쉽게 토라지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쓰는 경우가 많다. 뜻은 썩 좋지 못하지만, 맛 만큼은 기가막히다.

수정식당의 밴댕이 조림은 이렇게 만든다. 직접담근 집 간장에 고춧가루와 마늘, 파, 매운고추를 썰어놓고 육수와 밴댕이를 넣고 센불에 살짝 끓이면 된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양념이지만, 이 집만의 비법은 바로 육수와 불 조절에 있다. 비린내를 잡는 육수 비법은 `며느리도 못 가르쳐 준다`며 김정자(74) 사장님이 눈을 흘긴다. 대신 끓이는 시간은 공개했다. 가장 맛있게 익는 시간은 5분. 김정자 사장은 "밴댕이 조림은 오래 끓이면 맛이 없어 상에 내놓을 수가 없다"며 "음식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빠르게 끓여내야 밴댕이 살이 쉽게 벗겨지고 고소한 맛을 느낄수 있다"고 귀뜸했다.

짭쪼롬하게 익은 밴댕이는 사장님이 손수 젓가락으로 가시를 발라준다. 형체가 흐트러지지 않아 상추에 밴댕이 살과 국물, 마늘장아찌 한알을 얹어 쌈해서 입안에 넣으면 밥 두공기 예약은 필수다.

밴댕이 조림과 함께 나오는 반찬도 맛깔스럽다. 반찬은 계절별로 바뀌는데, 상추와 마늘은 항상 상에 올린다. 6찬을 유지하는 것도 이 집만의 규칙이다. 깐 바지락을 매콤 짭짜름하게 무친 바지락 젓갈도 밥 도둑이 따로 없다. 반찬이 아무리 맛있어도 밥이 맛 없으면 식사 내내 괴로운 법. 수정식당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밥은 갓 지은 뽀얀 쌀로 하루에 3-4번을 지어 김이 모락모락, 윤기가 절로 나는 하얀 쌀밥을 상에 올린다.

가격도 착하다. 밴댕이 조림은 8000원, 갈치조림 1만원이다. 테이블에 10개 밖에 없어 가급적 손님이 몰리는 점심 시간은 피하는게 좋다. 줄 서 기다린 후 먹는 밴대이 조림 한상. 참는자에게 복이 있듯이 기다린 보람이 느껴지는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041(936)2341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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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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