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한상묵 먹장, 전통계승 발전 외길 인생 조선왕조실록 먹 인쇄·팔만대장경 인경 추진

충북 음성군 음성읍 초천리에서 `취묵향 공방`을 운영하는 한상묵씨가 자신이 만든 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인근 기자
충북 음성군 음성읍 초천리에서 `취묵향 공방`을 운영하는 한상묵씨가 자신이 만든 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인근 기자
먹을 만드는 사람을 묵장(墨匠)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묵척(墨尺)이라 불릴만큼 천하게 여겼다. 때문에 먹을 만드는 생산과정이 구두로만 전해졌고 문헌의 흔적도 많지가 않다.

이런 어려운 환경속에도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30여년간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충북 음성군 음성읍 초천리 `취묵향공방`을 운영하는 한상묵(58)씨. 한 씨가 묵(墨)을 처음 접한 건 나이 28세가 되던 1986년.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변변치 못한 직장 때문에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다.

때마침 이모부의 소개로 들어 간 먹공장에서 먹을 만드는 기본을 익혔고, 우리 전통 먹의 가치를 위해 멀리 중국과 일본까지 찾아다니며 보낸 세월도 길었다.

한 씨는 어깨너머로 4년여 동안 배운 실력으로 독립할 수 있었고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에 자리 잡으면서 제법 이름을 알리게 됐다. 특히, 2006년 경기도 명장, 2014년 고용노동부 숙련기술전수사로 인정받으면서 고품질 먹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씨는 화성시 동탄면이 개발되면서 2010년 이사를 결심한 뒤 마땅한 장소를 찾던 중 우연히 음성향토사를 접하게 됐고, 현재의 음성읍 초천리가 소나무가 많고 해발이 높아 먹뱅이라고 불릴 만큼 먹 생산이 활발히 진행됐던 지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곳에 터전을 마련 했다.

현재 이곳에는 먹을 생산하기 위한 가마터와 작업실, 건조실 등이 마련돼 있으며 먹을 직접 만들고 싶어 하는 학생과 방문객들을 상대로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취묵향공방에서 생산되는 먹은 소나무를 태워 생긴 그을음을 모아 아교와 향료를 섞어 만든 송연먹과 콩, 유채, 동백기름 등을 태워 생긴 그을음을 모아 만든 유연먹 2가지다.

최근 한 씨는 문화재청과 함께 조선왕조실록을 잉크가 아닌 먹으로 인쇄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해인사 측으로부터 의뢰받은 팔만대장경 인경(印經, 목판에 새겨진 부처님의 가르침을 종이에 인쇄해 책으로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한 씨는 5년-10년 가까이 진행될 작업에 살아생전 기록 될 큰 성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씨는 "먹을 만드는 솜씨 그 자체 보다는 쟁이라는 신분상의 천시, 아무리 일해도 부를 누릴 수 없는 한계와 첨단 문물이 장인들을 그들의 세계에서 떠나게 만들었다"며 "한국의 전통공예는 점차 단절되고 한국적인 문화 창조는 그 기반이 허약해졌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절박감과 전통공예품인 먹을 연구하고 계승발전 한다는 자긍심에 지금도 품질과 가격에 싸우면서 운명적으로 나는 먹장으로 살아가고 있고 또 끝까지 걸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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