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을 이겨야 사는 경쟁사회 자녀 조차 '정글' 에 내몰아 가정·종교는 마음의 안식처 배려·나눔의 기쁨 가르쳐야 "

`요즘 세상`

이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

"요즘 세상, 참!"

여기서 마지막 `차암ㅡ`은 한숨 뒤섞인 반응. 물론 이것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쉽사리 보여줄 만한 반응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대체로 행복하지는 않다는 진단이 대세인 요즘 사람들의 심정이다.

`경쟁만 남은` 학교를 자퇴한 고등학생은 `여러분의 학교에 진정한 배움이 있습니까?`라고 되묻는다. 24시간 중에서 열 네다섯 시간을 회사일로 보내는 회사원은 감당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도로 위에서 보복운전으로 풀어낸다. 학교에는 학생이 없고 회사에는 사람이 없다. 학교에는 공부하는 기계, 석차 올리는 기계만 있고 회사에는 승진하려는 악다구니들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꼭 다 그렇지는 않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쎄, 그 말에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땅에 또 얼마나 될 것인가.

힘 빠지는 말이지만, 어떻게 둘러보아도 경쟁 일변도의 세상이 사람들의 숨을 옥죄고 있음은 부정하기 힘들다. 그래서 학교를 자퇴한 고등학생에게도,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도로에서 보복운전으로 풀어버린 회사원에게도, 솔직히 할 말은 없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위로한다고 해도 개인적 차원에서는 문제의 해결법이 존재하지 않고, 화를 내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도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문제가 아니기에…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경쟁에 뛰어들어 이기지 않으면 도태되어 버리는 사회에 태어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경쟁에 뛰어들어 이기지 않으면 내팽개쳐버리는 사회에 아이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그러한 사회를 당연한 이치라고 받아들이고, 자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경쟁의 외곽지대로 아이들을 탈출시키기 위해서 내 아이 1등 만들기에 나섰다. 이제 한국사회는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1등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정글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다.

삶의 여유를 위해서 주말 가족 나들이를 나서고, 삶의 회복을 위해서 주말 템플스테이에 나서고, 삶의 반성을 위해서 주일 예배를 빠뜨리지 않고 참석한다. 행여 이런 주말 살림살이가 여러분들의 삶에 오롯한 즐거움을 조금 정도는 던져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것들은 경쟁에서 벗어난 한가로운 하루, 한가로운 몇 시간을 제공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삶의 나머지 80%를 차지하는 경쟁을 없애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그 한가로운 하루, 한가로운 몇 시간을 포기하기에도 억울하다. 그래야 경쟁사회로 되돌아가 경쟁 참여자로서 잔여 생존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하지만 말이다. 아쉽게도 세상은 여전히 `하면 되는 세상`이 아니다. `해도 안 되는 세상`이다. 묻고 싶다. 내 아들이, 내 딸도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지.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아들을, 딸을 경쟁사회로 내몰고 있다. 내 아들과 딸이 경쟁사회에서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내 아들과 딸에게 경쟁을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 내 아들과 딸이 경쟁사회에서 도태당하는 당사자가 되게 하지 않으려면, 그 아들과 딸에게 경쟁을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아들과 딸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야 한다. 배려하는 삶의 뿌듯함을 가르쳐야 한다. 나누는 삶의 즐거움을 가르쳐야 한다. 나만? 아니다. 적어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그렇게 변하도록 감시의 눈길을 놓치지 않는 부모가 되어야만 한다.

가정은, 그리고 종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마지막 안전신호판이다. 부모가 그 일을 하지 않고, 성직자와 수행자가 그 일을 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그 일을 대신 하겠는가. 당신이 부모라면, 당신이 성직자라면, 당신이 수행자라면, 혹여 당신도 내 아들과 딸에게 `경쟁`을 가르치고 강요하고 있지 않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에서 아들과 딸을 토닥이는 따뜻한 눈빛이 시작되기에…

석길암 금강대 인문한국연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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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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