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기 한남대 건축학부 교수
장철기 한남대 건축학부 교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업체 간 경쟁을 제한하는 조례 134건을 개선하도록 각 지자체에 권고했다. 개선 대상 조례 중에는 지역건설업체의 하도급 비율 확대, 장비와 자재의 우선사용, 지역근로자 우선고용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조례도 포함된다. 지역업체에 대한 과도한 수주지원은 지역외 업체에 대한 역차별에 해당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기반으로하는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는 논리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역 건설업계의 상황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역 건설업계의 상황이 어렵다. 최근 건설 물량이 급감하면서 지역 건설업체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대전지역의 공공공사 발주는 예년에 비해 40% 정도 감소했다. 대전지역 건설업체 중 65%는 작년에 공공공사를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할 만큼 극심한 수주난을 겪고 있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한다. 지역건설업 활성화 조례 폐지 권고는 가뜩이나 공사 물량 부족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건설업계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지금 당장 폐지는 곤란하다. 단기적으로는 기존의 조례를 유지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 (Fair competetion)을 근간으로 하는 미국에도 주별로 적용범위 및 우대정도는 다르지만 다양한 형태로 지역업체를 우대하고 있다. 이는 지역내 인력과 장비 활용 및 지역여건에 대한 이해 등을 통한 효율적인 사업수행 측면도 있지만, 그 보다도 주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지역업체의 참여 기회를 증가시킴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동시에 지역업체도 반성해야 한다. 나눠 먹기식의 물량배분 정책에 안주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지역업체에 대한 무작정 보호는 지역업체가 단기적인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경영혁신, 가격인하, 품질개선 등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있고, 지역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도 주지해야 한다.

따라서 장기적인 지역업체 보호 제도의 방향은 지역업체를 우대하지만 공정경쟁 원리를 동시에 수용한 미국의 지역업체 보호 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소규모 공사의 경우 외지업체보다 지역업체가 인력, 자재, 장비 운용측면에서 유리해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외지업체는 지역업체보다 최소한 5%이상의 가격경쟁력을 갖춰야만 수주할 수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외지업체가 지역업체보다 가격경쟁력이 더 월등하다면 얼마든지 입찰에 참가해서 수주할 수 있다.

이는 지역업체들도 가격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지 않으면 지역 내 발주공사도 수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담고 있다.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쟁의 원칙은 지역업체 보호·육성 정책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업체 보호 제도는 시장의 공정경쟁 원리를 유지하면서 지역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미국의 지역업체 입찰우대제도와 같이 우대는 하되 경쟁은 살아있는 방향으로, 즉, 어느 정도의 우대는 인정하지만 그 한도 내에서 우대를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국내의 지역보호 제도는 단기적으로는 지역의 여건을 고려하여 존치하되,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같은 우대는 하되 경쟁이 있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건설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생산유발계수와 고용유발계수가 타산업에 비해 높다. 쉽게 얘기해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파트 한 개 단지를 건립하기 위해서는 준공에 이르는 동안 적어도 2만여 명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지역보호제도 철폐에 대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공정한 경쟁도 좋지만, 체급이 다름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지역업체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 지역 건설산업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다. 지역업체가 살아야 지역인재가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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