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두 가지 상반된 얼굴을 가지고 있다. 공급자와 수요자의 이해가 상반되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두 사람의 이해가 합치되는 면도 있다. 공급자는 한 푼이라도 더 비싸게 팔려고 하는 반면 수요자는 더 싸게 사려고 하는 제로 섬 게임(zero-sum game)이다. 하지만 공급자는 원하는 값은 못 받는다고 할지라도 안파는 것보다는 낫고, 수요자는 원하는 값보다 더 비싸게 산다할지라도 안사는 것보다는 낫다. 난제로 섬게임(non zero-sum game)이다. 그래서 서로 흥정을 하고 적당히 만족하는 선에서 가격을 비롯한 거래조건이 결정된다. 이런 결정이 이뤄지는 추상적인 장이 바로 시장이다.

이렇게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과 거래조건에서 공급자도 손해 없이 이익을 보고, 소비자도 원하는 상품을 손에 넣었으니 이들은 거래 전 보다는 행복해진 셈이다. 경제학에서는 시장에 의한 사회후생의 극대화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이다. 경제학자들은 시장에서 이상적인 상태가 달성될 가능성이 높음을 인정하고 시장이 이런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시장에 대한 개입을 반대한다.

그러나 독과점이나 공공재 등으로 인한 시장 실패가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남보다 더 많은 것을 더 쉽게 차지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가 시장에서 나타나면 적정가격보다 높은 가격과 독과점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헌법 119조 2항에 따르면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다.

시장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고마운 존재다. 시장 안에서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완전한 존재가 아님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힘을 가진 자(독과점자)가 그 힘을 오용이나 남용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정당하게 쓰는 경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시장 구조가 독과점이 아니고 공정한 경쟁과 공정거래가 이뤄진다면 이 문제에서 생기는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임상일

대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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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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