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책무이자 문화적 전통 지도층 모범·투명한 기금 운영 자발적인 나눔문화 확산 기여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것은 당신 책임이다.`

세계 최고의 부호인 빌 게이츠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00년에 설립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을 통해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 기부사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성인의 90%가 기부활동에 참여한다고 응답했는데, 그중 70%가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기부하는 자원봉사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연간 수십억 달러를 기부하는 슈퍼리치들이 있는가 하면 매달 자신의 유무급 휴가를 이용해 자원봉사를 하거나 소액의 기부금을 보내는 평범한 사람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슈퍼리치들이 기부에 적극적인 이유가 조세감면 혜택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자본 이득으로 축적한 재산은 근로소득 세율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부담은 오히려 적은 편이다.

기 소르망 교수는 슈퍼리치들의 적극적인 기부는 미국의 정신문화적 전통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자수성가형 인물들이 대부분인 미국의 갑부들은 성공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행운이 따라준 것에 감사하며 성공한 후에는 자신이 누렸던 그 행운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예부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전통과 지역과 국가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문화가 살아 있는 국가로서, 기부는 우파와 좌파, 진보와 보수를 넘어 새로운 섹터에 존재하는 삶의 또 다른 가치이자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국세통계연보, 사회조사 등 현재 가용 가능한 나눔 관련 통계 자료를 활용하여 2014 국내 나눔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나눔 실태 조사결과, 우리나라의 기부 등 나눔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총액은`11년 11조1500억원에서`13년 12조4900억원으로 증가하였고, 현금기부 참여자 1인당 평균 참여횟수도 2011년 6.2회에서 2013년 6.5회로 0.3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 참여율은 2009년 32.3%에서 2011년 36.0%로 3.7%p가 증가하였으나 2013년은 34.5%로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이유는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목적이 가장 높았으며, 20대 보다는 40대가, 저학력자보다는 고학력자가, 저소득자보다는 고소득자가 기부활동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모범적 기부증대가 필요하며, 기부금액의 투명한 운영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봉사 참여율은 2011년 17.6%에서 2013년 17.7%로 증가하였고, 2011년 1인당 참여 평균횟수 7.6회, 평균시간 26.9시간에 비해 2013년엔 7.9회, 26.5시간으로 횟수는 0.3회 증가, 시간은 0.4시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간 큰 차이는 없었으며, 연령별로는 10대가 가장 높고, 직업별로는 전문 관리직과 사무직, 소득별로는 고소득자의 참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 자원봉사 등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삶에 대한 만족감이나 사회적 관계망, 긍정적인 정서경험 비율 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눔은 계층간의 갈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통합을 강화하는 수단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나눔은 물질의 후원, 재능기부, 자원봉사 등 각자의 상황에 맞게 여러 가지로 실천할 수 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나눔을 인식하고 실천하려는 움직임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며, 이는 나눔 문화의 확산에 큰 역할을 한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며 매달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하는 숨은 기부천사도 있다. 유명인들의 나눔은 영향력이 있다. 일반 서민의 나눔은 감동이 있다. 익명의 숨은 기부와 나눔은 교훈을 준다. 나눔의 실천은 불확실한 우리 인생의 미래를 위한 보험이 되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갖게 된다.

정선용 (재)풀뿌리희망재단 이사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시헌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