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기구 통폐합 과정 폐쇄적… 역할도 불분명 수개월째 구체적 방안 없어 내부 반발 거세져

정부가 과학기술 거버넌스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과학기술정책원 설립 밑그림이 오리무중이다. 과학기술 정책 및 관련 연구 등을 담당하는 기관을 통합하고 기존 기관의 일부 기능을 이관한다는 것인데 방침이 발표된 지 수개 월째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어 해당 기관의 반발기류와 함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5월 정부 R&D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과학기술전략본부를 미래부 장관 직속기관으로 설립하고 싱크탱크 격으로 과학기술정책원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과학기술정책원은 기존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를 완전 통합하고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분석기능 일부를 흡수하게 된다고 밝혔지만 해당 기관의 반발 기류가 만만치 않은데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의구심만 자아내는 상황이다.

통폐합 대상에 지목된 기관 내부적으로는 과학기술정책원의 상위조직이 되는 과학기술전략본부의 역할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과기정책원을 조직하기 어렵다는 점, 3개 기관의 통폐합의 결정되는 과정이 구성원에게 비공개로 아주 폐쇄적으로 진행됐다는 점 등을 문제로 꼽고 있다. 미래부와 KISTEP, STEPI, KISTI는 R&D 혁신안 발표 이후 2-3회에 걸쳐 실무진 회의를 갖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과기정책연구원의 역할을 상세하게 규정한 문건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KISTI의 경우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빅데이터 기술, 정보 분석 기술 등을 가장 주된 분야로 수행하는 기관인 만큼 미래부에서 발표한 `분석` 업무가 기관 업부 전체에 고루 분포해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특정 1-2개 부서만 별도로 통합시키는 등의 방안보다는 기관 전부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STEPI의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정책본부 조차 과거 수차례 반복된 과학기술 조직과 차별성이 없는 등 정체성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를 지원하는 기관을 만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해당 기관조차 과학기술정책원이 3개 기관 통합으로 생긴다는 것을 언론보도를 보고야 알게 됐을 정도로 폐쇄적으로 결정됐다. 향후 3개 기관이 축적한 전문역량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대한 힘을 모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관의 한 관계자는 "함께 논의는 하고 있는데 아직 상세 리포트도 없고 해당 기관의 기능을 규정한 문건이 없어 사실상 범위가 애매하게 이야기되고 있다"며 "논의 중인 부분이라 아무 것도 밝히기 어렵지만 오는 8월쯤에는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다시 발표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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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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