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방역‧매뉴얼 ‘3無’ 허점…지자체 방역기관 권한 늘려야”

◇전문가들이 말하는 원인과 대책

기승을 부리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메르스 공포는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시민들을 불안감에 떨게 했다. 특히 대전에서는 메르스 확진자 27명 가운데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컸다.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됐던 메르스는 진정세도 빨랐다. 지역 의료진과 보건당국의 대처, 시민들의 협조가 메르스 진정세를 가져온 원동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메르스가 빠르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 이에 본보에서는 지역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을 통해 메르스사태의 원인과 문제점 등을 짚어보고 향후 대책 등을 들어보는 지상좌담회를 개최했다.

-메르스 확산의 주된 원인은.

김=새로운 신종감염병에 대한 정보의 부재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발병사례가 전혀 없어 실제 상황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진들이 초기에 메르스 감염을 의심하지 못했다. 1번 환자의 경우 5월 4일 입국해서 1주일 만에 열이 나자 여러 병의원을 거치면서 5월 20일이 돼서야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다. 만일 이전에도 발병 사례가 있었거나 주변 국가에서라도 유행했던 사례가 있었다면 초기 역학조사 과정에서 확진을 받고 대응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강=우리나라는 주로 병원에서 집단 감염자가 발생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가족이 병실에서 24시간 입원환자를 간병하고, 병상 간 간격이 좁은 병실에 여러 환자가 입원하는 등 밀접 접촉으로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된 것이다. 응급실을 통한 입원, 서울의 인기병원으로 전국의 환자가 몰리는 한국의 병원 시스템과 간병인, 병문안 등 우리나라 고유의 병원문화도 메르스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데 일조한 면이 있다.

이=메르스는 발열이 시작되면서 기침을 통해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전파되므로 환자를 충분히 공간적으로 분리했어야 한다. 적절한 환기와 의료진에 의한 전파가 되지 않도록 하는 매뉴얼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병원의 시설 환경과 의료진의 감염병에 대한 고도의 주의 노력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오=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확진을 받은 환자, 같은 병실과 병동에 있었던 환자에 대해 보다 철저히 관리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많은 지역, 많은 병원으로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수록 감염경로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보다 철저하게 격리했었더라면 지금보다 감염자수가 많지 않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전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전파되고, 빠르게 확산세가 꺾인 이유는.

이=대전은 다른지역의 초기 대응 경험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보완점에 대해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의 즉각적인 인력 및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확진환자 의뢰체계가 잘 작동했다. 각 노출병원들의 즉각적인 코호트 격리와 역학조사관들의 신속한 노출자 파악과 보건소 단위의 철저한 자가관리, 필요한 경우 자가관리자를 위한 약품 등 일상생활지원서비스가 순차적으로 개발되고 지원되면서 병원 및 자가관리가 매우 잘 운영됐다.

오=타 지역보다 빠른 시일 내에 확산세가 꺾인 것은 의료기관들의 노력도 한몫 했다. 대청병원을 비롯해 건양대병원이 확진환자의 입원 사실을 확인한 즉시 밀접 접촉했던 의료진과 직원들을 자가격리하고 응급실 등을 폐쇄했다. 특히 대청병원은 환자가 머물렀던 51병동을 비롯해 61, 71병동에 입원 중이었던 환자와 보호자, 간병인 등 137명에 대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병동 코호트 격리를 시행했다.

김=평택성모병원에서 최초 환자와 아무런 조치 없이 접촉한 16번 확진자가 대전의 대형병원 2곳에서 진료를 받는 중에도 아무런 정보가 없었고 격리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응급실과 입원실에서 사람들과의 접촉이 이루어져 그만큼 빠르게 확산됐다. 반면 보건소의 신고접수와 선별, 공무원들의 관리환자 1대1 모니터링, 군병원과 군 의료인력 협조, 경찰의 유언비어 차단 등 각 부서의 철저한 대응을 통해 지역 발생 1주 만에 확진자를 거의 차단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운영에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김=응급실의 경우 질병의 원인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위급을 다투며 내원하는 곳으로 침상구조 상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들이 혼재 돼 있어 서로간의 수시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환자실 역시 환자들의 침상과 의료진이 한 공간에 배치돼 있어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오더라도 병원 내 감염은 피할 수 없으리라 생각된다. 응급실은 입구에서 보호자를 통한 역학조사가 이루어져 보호자의 출입을 통제하고 역학적으로 감염병이 의심되는 구역의 구분이 선행돼야 한다. 중환자실도 환자 간 일정거리 유지, 감염원의 전파가 의심되는 경우 철저한 의료장비의 구분 사용 및 의료진 공간의 분리 확보가 필요하다.

이=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전문인력의 신속한 판단과 의학적 조치가 일어나는 곳이다. 보호자 등이 머물며 의료행위를 지켜보거나 환자의 수발을 들어주는 곳은 아니다. 이런 모든 기능은 전문 의료인들의 몫이다. 일반인에 대한 접근 통제가 절실히 필요한 공간이기에 우리나라의 의료문화를 바꿔야 하는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변화시켜야 하는 부분이다.

오=`대형병원으로 무조건 가야 한다`는 인식이 더 큰 문제라 생각한다. 응급실 역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지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무조건 큰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경증, 중증인데도 대형병원 응급실부터 달려간다. 그러다 보니 수용할 수 있는 인력보다 많은 환자들이 바닥에 자리를 펴고 대기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강=정부에서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생소한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바이러스 유행국 입국자에 대한 세심한 체크와 전 세계의 바이러스 동향을 파악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또 감염병 발생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매뉴얼을 작성해 보급하고 전문인력 양성, 호흡기나 감염병 전문 의료기관 권역별 설립 및 음압병실 확보 등 지자체별로 필요한 부분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오=감염병을 다루는 진료과는 병원에서 그리 인기가 있지 않아 민간 병원에서 감염병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부에서는 감염병 전문가를 대대적으로 육성하고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감염병의 정보를 파악하도록 대대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지자체는 병원에서 감염병이 발생하면 확산되지 않도록 물적, 인적 지원을 해야 한다. 종료 후에는 안심하고 시민들이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지자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정부는 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명확한 병원체와 증상 등에 대한 정보, 격리 등 조치기준과 지방 방역기관에 행동 강령을 발 빠르게 제공하고 필요한 물적 자원과 운영 재원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지자체 방역기관에서 필요에 따라 강제적 집행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효과적인 지역 확산 차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건당국의 초동대처와 대응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지.

김=보건당국은 지자체 보건환경연구원의 감염병 확진 기능을 확대 강화해 감염병 현장 대응능력을 확고히 해야 한다. 또한 민간수탁검사기관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지자체에서는 지역 주민의 안위와 관련한 정보조차도 수집하기 어려운 구조적 상황이 발생했다. 향후 지자체 보건 당국에서 지역민에 대한 총괄적인 컨트롤이 가능하도록 민간수탁기관에 대한 비상 시 지자체의 컨트롤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강=감염병 발생시 컨트롤 타워를 확실하게 하고 각종 정보제공과 지원 등을 일원화해 신속한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자체를 지시의 대상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협조를 구할 필요도 있다. 적은 수로 운영되는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확대하고 종합병원에 감염병이나 호흡기를 전문으로 하는 응급실을 설치해야 한다.

이=환자가 많이 모이는 대형병원들은 환자 간의 밀접도도 높아 감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한 한계가 존재한다. 감염병 전파 예방을 위한 기본 원칙은 `의심나면 행동하고, 행동은 포괄적이고 충분히 예방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병원이나 보건당국 모두 많은 부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처음 단계에서부터 좀 과도할 정도의 치밀하고도 포괄적인 관리를 했어야 한다. 병원도 전파를 막기 위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협조 사항을 전파하고 보건당국과 더불어 필요한 조치가 결정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 전문병원 등 감염병 전문 진료기관의 운영방안은.

이=교통과 교역의 증가로 어느 특정 국가에만 있는 감염병이란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평상시에는 고도의 훈련과 관련 지식을 축적하고 위기 시에는 축적된 지식과 기술로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전문인력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관련 기관은 필요하며 평상시와 위기시에 해야 할 역할을 개발해야 한다.

강=우리나라는 감염병 전문가와 전문적인 시설이 열악하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민간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으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의료기관은 감염병 대처에 한계가 있어 감염성 질병을 맡아서 치료해 줄 전문 진료기관이 절실하다. 보건소에 호흡기계 감염을 선별 진료할 수 있는 진료소를 설치해 최일선에서 감염병을 구별하도록 하고, 감염병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을 시·도 또는 권역별로 설치하거나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해 전담하도록 하는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끝으로 메르스 사태의 총평 한말씀.

오=깜깜해 앞이 보이지 않던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온 느낌이다. 초기에는 미흡한 점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질병관리본부, 대전시청, 국군 의료지원팀과 함께 사태를 잘 수습했다고 생각한다. 메르스 사태가 경제를 위축시키고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감염병의 위험성과 감염병 예방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배우고 경험한 점에서는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하고 이번에 부족했던 점들을 보완해 앞으로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 끝으로 완벽한 방역을 통해 메르스 등 감염병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

강=그동안 메르스 확산방지 및 환자 치료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사투를 벌인 의료진과 시의 방역대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자가 격리자를 비롯한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체계적인 감염병 관리를 위한 지역내 컨트롤 타워(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을 정치권과 시민 모두가 공감했으며 이제 시에서는 일상으로 돌아와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노력하겠다.

김=해외 어느 지역에서 유행하는 감염병이든 우리의 생명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의 과오를 탓하지 말고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유사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수년 단위로 반복되는 감염병은 과거보다 발생 환자수나 사망자수는 줄었지만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나 국민들의 공포감은 경험한 바와 같이 이성적 사고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감염병은 우리 인간사회에서 절대로 없어질 수 없는 질병임을 다시 한 번 체험하는 계기가 됐다. 국가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라고 해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국가 또는 사회적 책임을 소수 보건당국의 책임으로만 전가해서도 안된다. 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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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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