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복지로 자폐장애 극복 임은택 카페 '메누하' 사장

 임은택씨의 든든한 지원군인 아버지 임종태씨와 어머니 박정순씨.  이호진 기자
임은택씨의 든든한 지원군인 아버지 임종태씨와 어머니 박정순씨. 이호진 기자
"우리 같은 사람은 딱 두 가지에요. 관심이 있거나 없거나."

지난달 4일 문을 연 봉명동의 카페 `메누하`의 사장은 임은택(20)씨다. 임씨는 흔히 말하는 `자폐`라는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임씨에게 장애가 있다고 해서 카페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임씨의 말투와 행동이 조금 다르다고 느껴질 뿐이다.

임씨가 어엿한 카페의 사장이 되기까지 임씨의 부모님의 무던한 노력이 느껴졌다. 임씨의 어머니 박정순씨는 사회복지사로 대전 유성구 여성가족과 소속이다. 아버지 임종태씨는 겸온교회 목사로 활동중이다.

박씨는 "이렇게 카페를 오픈해 운영하기까지 정확히 15년이 걸렸다"며 "은택이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일을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은택씨 부모가 은택씨에게 장애가 있는 것을 알게된 것이 정확히 15년 전 일이다.

강원도에서 목회생활을 하며 지내다 은택씨가 6살이 되도록 말문이 트이지 않아 고민 끝에 찾아간 병원에서 `자폐`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박씨는 "처음에는 그저 조금 느린 것 같다고만 생각했다"며 "막상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아이에게 사회성이 부족한 환경이 문제가 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그 때부터 이 가족의 삶 자체가 변화했다. 아버지 임씨의 목회가 중심이 돼 왔던 모든 관심이 은택씨에게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때부터 박씨는 은택씨의 치료를 위해 사회복지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아버지 임씨도 은택씨의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해 대도시인 대전으로 이사를 결정하게 됐다. 박씨는 사회복지와 더불어 심리학을 전공하며 아들의 치료에 온 힘을 쏟았다.

아버지 임씨는 "아무래도 아이에게 사회성이 중요하다고 하다고 하니 또래집단이 없는 강원도보단 대도시가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후 또래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들 부모에게 다시 한번 갈림길이 찾아 온 것은 은택씨가 8살이 되던 해 였다. 학교 진학을 앞두고 특수학교와 일반학교를 고민한 것이다. 결국 이 가족의 선택은 일반 학교였다. 박씨는 "우리가 제도권 교육이라고 하지만 제도권 교육은 결국 사회구성원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은택이가 우리(부모)가 없어도 이 사회에서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일반학교를 보내는 것이 최선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 복지라는 게 은택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신뢰하기 어려웠다"며 "은택이를 특수학교에 보냈다면 지금의 은택이가 아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은택이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은택씨는 대전에서 무사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사이에는 박씨와 아버지 임씨의 눈물나는 가정 복지가 있었다. 또 은택씨의 동생들까지 나서 은택씨의 학교생활을 도왔다. 박씨는 "한 번은 은택이가 중학교 때 선생님에게 책상을 던지려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나무라는 것도 나무랐지만 놀랐던 것은 은택이가 그 책상을 던지지 않고 참았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정에서 생활을 하며 분노조절능력과 인내심이라는 것이 키워졌다는 것 만으로도 뿌듯했다"며 "이후에는 아이에게 뭔가를 맡겨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은택씨도 점점 변화한 것은 본인 스스로가 느꼈다. 은택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모든 행동에 의미가 있다"며 "그것을 이해해주기만 하면 된다"말했다. 이어 "저는 커피를 만드는 게 좋고 빵을 만드는 게 좋다"며 "그 부분을 잘 살려 이렇게 카페도 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서 시켜주고 나아가 그것을 통해 치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그 외에 정서적인 부분은 훈련하고 연습해 많은 부분을 키워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지금은 물론 가족들이 도와줘야 카페가 운영되지만 나중에는 은택이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가정에서부터 시작한 복지가 은택이를 사회 구성원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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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라떼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다는 임은택 카페 '메누하' 사장이 커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호진 기자
카페라떼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다는 임은택 카페 '메누하' 사장이 커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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