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기자가 찾은 맛집 20 대전 둔산동 천년육개장-육개장

대전에 육개장으로 이름난 음식점들이 꽤 있다. 일명 파개장으로 유명한 식당도 있고, 가맹점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육개장 프랜차이즈도 있다. 두 군데 다 감칠맛이 좋지만 난 조금 더 깔끔한 맛의 육개장을 선호한다. 웬만한 음식점마다 육개장을 메뉴로 내놓고 있지만 막상 육개장 맛집을 찾으려니 서울가서 김서방 찾는 격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 블로그에 올라온 육개장 맛집을 보게 됐다. 글쓴이가 올린 글은 꾸밈새가 없었는데 묘하게 맛의 진실성이 느껴졌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글을 보는 순간 맛보고 싶은 충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대전 이마트 둔산점 앞에 위치한 대영프라자 1층에 있는 천년육개장(대표 한정임)은 모녀가 운영하는 조그만 식당이었다. 규모라고 해봐야 고작 13평정도. 메뉴도 육개장과 쇠고기버섯전골, 버섯전 등 서너가지 밖에 되지 않는다. 육개장은 쇠고기 양지가 들어간 천년육개장과 능이버섯이 들어간 버섯육개장이 있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육개장의 기본인 양지가 들어간 천년육개장을 주문했다.

잠시 후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져 나온 육개장은 푸짐하면서도 깔끔했다. 기름기가 둥둥 떠있지도 않고, 국물이 탁하지도 않았다. 주황색에 가까운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넣자 가장 기본에 충실한 육개장 맛이 혀끝에 감돌았다. 국물은 깔끔하면서 잡맛이 없었다. 국물 색깔이 진하지 않은데도 목구멍에 넘어갈 때 칼칼한 매운 맛이 꽤 진하게 전해졌다.

고사리와 버섯의 깊은 향, 숙주나물의 아삭함, 푹 삶아진 양지의 고소함, 당면의 부드러움까지 맛의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건더기도 푸짐했다. 밥 한 공기를 다 먹을 때까지 계속 건더기를 건져 먹을 수 있었다. 직장인들에게 8000원이라는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그 내용물을 보니 가격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장에게 맛의 비결을 물으니 돌아오는 답은 간단하다. 바로 좋은 재료와 정성이란다. 쇠뼈에 고추씨, 표고버섯, 파뿌리 등을 넣어 3시간정도 푹 끓인 육수에 한우1+등급의 양지를 곤 육수를 섞어 기본 육수를 만든다. 국물에 쇠기름이 뜨는 게 싫어 양지에 붙은 기름기를 일일이 손으로 제거하고, 국물이 끓을 때 뜨는 기름도 다 건져낸단다.

매우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 맛은 주인장이 직접 개발한 특제 양념 때문이란다. 국내산 고춧가루에다 마늘 등 각종 양념을 섞어 볶은 특제양념이 들어가야 국물이 바특해지지 않으면서도 얼큰한 맛을 낸다는 것이다. 이 집 육개장 맛이 깔끔한 또 다른 이유는 주문이 들어오고 나서야 생느타리, 생표고, 생숙주나물, 삶은 고사리, 찬물에 2시간동안 불린 당면을 넣어 즉석에서 끓어낸다는 점이다.

△ 주소:대전시 서구 둔산북로 36 대영프라자 127호 △전화번호:042-537-3817 △메뉴:천년육개장·버섯육개장(각 8000원), 쇠고기버섯전골(2만8000원·中), 버섯전(6000·小) △영업시간:오전10시30분-오후9시30분(일요일 휴업) △테이블:4인용 7개 △주차장:건물 지하주차장 이용가능. 1시간 무료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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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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