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등 민원…행정구역 개편 필요

"토지세를 2번 낸다니까"

1일 오후 대전 대덕구 비래동과 동구 가양 2동의 경계선.

행정구역 상 동과 동, 구와 구의 경계선이지만 그 위에는 단독주택을 비롯해 각종 주거지가 형성돼 있다.

이날 만난 가양2동 주민 김월선(65·여)씨는 "우리집은 반절은 비래동 나머지 반절은 가양2동인데 10여년 전쯤 동을 고르라고 해서 가양동을 선택했다"며 "지금 집의 주소지는 가양2동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주소지는 그렇다고 쳐도 불편하고 우스꽝스러운 게 한 두 개가 아니다"라며 "우리 앞집은 비래동, 우리 뒷집은 가양동인가 하면 저 앞에 아파트는 한 동에 비래동, 가양동이 함께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대전 명석고의 경우 건물은 대덕구 비래동, 운동장은 동구 가양동으로 분류돼 있다.

당초 비래동과 가양동의 경계는 행정구역을 설정할 당시 하천 등을 기준으로 나눠졌다.

세월이 지나 하천이 복개되고 주거지가 형성되는 등 도시가 발전하면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경계선 위에 놓인 주민들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비래동과 가양2동 경계에 집이 있는 한 주민은 "우리는 비래동 토지세 따로 가양동 토지세 따로 낸다"며 "그 뿐만 아니라 위치상 비래동에 가깝지만 가양동 주민이기 때문에 행정기관도 멀리 있는 동구로 가야하고, 쓰레기봉투의 경우 벽 하나를 두고 살고 있는 사람끼리도 다른 쓰레기봉투를 써야 한다"고 토로했다.

인근 슈퍼마켓에서는 동구와 대덕구의 쓰레기봉투를 모두 판매하고 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런 모호한 경계선은 또 지가 등의 문제로 주민 간의 분쟁도 야기시키고 있다는 게 자치구의 설명이다.

대덕구 관계자는 "정해진 경계선이 이렇다 보니 지가나 학군 등 여러 가지 문제로 민원이 제기된다"며 "담당자가 보기에도 경계선이 어이없을 정도니 주민들의 불편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자치구간 경계를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초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선거구와 인구수, 지가, 자치구간의 분쟁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의 자치구에서도 쉽게 자치구간 경계선 정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덕구 관계자는 "큰 도로나 필지 등 명확히 구분되는 기준으로 자치구간 경계를 조정했으면 좋겠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비래동과 가양동의 문제 놓고 봐도 크게는 몇 100세대 이상 행정구역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동구 관계자도 "정부기관에서도 행정구역 간 경계선이 불합리하게 설정된 것에 대한 논의는 있지만 실질적인 변경 계획이 수립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등은 모색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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