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전자 변이 여부를 가리는 분석을 메르스 확산 초기 2번 환자에 대해 한 번 하고는 여태 추가로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는 곧 이른바 슈퍼 전파자로 불리는 확진 환자들에게서 얻은 검체에 대해서는 유전자 변이 여부 분석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유전자 변이 여부를 가리는 분석은 신종 전염병 대처에 있어 필수적이고도 매우 중요한 절차인데, 보건당국이 이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2번 환자는 중동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온 뒤 처음으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번 환자의 부인이다. 5월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가장 먼저 완치돼 6월 6일 퇴원했다고 한다. 보건당국은 이 2번 환자의 검체를 분석한 뒤,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르스 유전자와 99% 이상 일치해 국내에서 메르스 유전자의 변이는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발표는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는 과정에서 그나마 국민들을 안심케 하는 요인이긴 했다.

하지만 이후 확산 과정에서 각각 수십 명에게 메르스를 전염시키는 등 전파 양상이 남달라 슈퍼 전파자로 불렸던 14번, 15번, 16번 환자의 검체를 분석해야 유전자 변이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이들 환자를 대상으로 메르스 유전자 변이 여부를 알기 위한 분석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스가 국내에서 변이를 일으켰다는 결과가 나올까봐 두려워 그러는 건지 아닌지 국민들만 모를 일이다.

만약 메르스가 국내에서 변이를 일으켜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로 판명된다면 전혀 다른 사태가 새로 전개되는 것이긴 하다. 우리나라는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의 원산지로 명명될 테고 세계가 주목하고 긴장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국민보건에 있어 당장의 새로운 위협이 제기되는 것인 만큼 그 여부를 하루빨리 판명해내고 대처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마땅하다. 감당키 힘든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특허권 소유에 대한 욕구 때문인지 몰라도 애써 외면하는 슈퍼 전파자의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분석은 실시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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