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요건 소득 1년간 120만원 이상 한정, 혜택도 모호… 대전지역 신청률 1.9% 뿐

#5년차 지역 연극배우인 최영수(38·가명)씨는 최근 무명 연극인들의 잇단 사망 소식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활동 증명`을 신청하려다 포기했다. 신청 자격이 예술활동으로 인한 소득이 최근 1년동안 120만원 이상이거나 최근 3년동안 360만원 이상으로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가 1년에 연극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고작 70만원.

최씨는 "1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으려면 장기 공연에 참여하거나 짧게라도 자주 서야 하는데 그럴 무대가 많지 않다"며 "지역 연극인들 중에 부업 없이 연극으로만 수입을 얻어 생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8년차 연극배우 한상연(40·가명)씨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준비지원금` 신청 조건을 보고 분통을 터트렸다. 1촌 직계와 배우자의 소득을 합산할 경우 최소 1000만원이 넘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한 씨는 "사실상 예술인 복지법 혜택을 받으려면 혼자 살아야 된다는 거 아니냐"며 "설령 지원 대상이 된다 해도 심의기간이 길고, 정부가 예산 승인을 미뤄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사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1년 시나리오 최고은씨의 사망으로 예술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예술인 복지법`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예술인들이`예술가`로 증명 받기가 어려운데다 예술인 증명을 받는다해도 실질적인 혜택이 적어 예술인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문화부 산하기관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따르면 예술활동 증명을 받은 대전지역 예술인들은 고작 306명이다. 이는 전국 1만5822명 대비 약 1.9%에 불과한 수치다. 분야별로는 미술이 103명으로 가장 많고, 음악 70명, 연극 41명, 문학 36명 순이며, 연예, 복합이 각각 1명으로 나타났다. 건축에서는 단 한명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각 장르별로 예술인활동 증명 기준을 만들어 연중 등록을 받고 있지만, 까다로운 기준과 수십여건의 첨부서류, 선정 기준의 비현실성 조건 등으로 가입자는 많지 않은 상태다. 수혜율도 재단이 밝히기를 꺼려 현재 몇명의 예술인들이 혜택을 입었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역 한 연극배우는 "예술인으로 인정을 받아도 피부에 와 닿는 혜택을 입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며 "예술인 복지재단에서 제시한 조건을 맞추려면 실적을 과장하거나 꼼수를 부릴 수 밖에 없는 만큼 피부에 와닿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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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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