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앤드루 새먼 지음·이동훈 옮김·책미래·736쪽·2만5000원

전쟁은 참혹하다. 패자는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한편 말끔한 승자도 없다. 아픔은 고스란히 전쟁의 참여한 이들에게 전해진다. 6월 25일. 한국 전쟁이 발발한 날이다. 그 날의 전쟁은 조그마한 나라를 둘로 나눴다. 반토막이 돼 버린 각 나라는 여전히 서로를 경계하고 공격하며 한편으로 의지하고 화해한다. 하나이자 둘인 국가다.

한국 전쟁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책이 나왔다. 동시에 전쟁을 속 깊이 들여다봤다. 저자는 영국 출신의 한 저널리스트다. 한국 전쟁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1950년. 그 해에 낙동강과 인천, 사리원, 평양, 박천, 흥남 등 모든 격전지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영국군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일기, 노트, 편지, 생존자와의 인터뷰 등 증언을 통해 전개 된다. 전선 370㎞ 후방에 대한 영국 코만도의 습격에서부터 인해전술을 뚫고 벌인 필사적인 탈출전, 백병전에서부터 저격전까지 병사 개인의 시각으로 묘사된다. 전쟁 후 6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밝혀지는 적 부상병 및 포로 학살, 마을 소각, 민간인 살해 등 전쟁의 잔혹한 실상도 그려냈다.

책의 제목이 당시를 설명한다. `그을린 대지`는 북한 마을과 작물, 통신망을 모두 초토화시킨 유엔(UN)의 지침을 가리키고, `검은 눈`은 흰 눈을 검게 만든 네이팜 공격을 가리킨다. 한국 전쟁에 참전한 영국 군인의 수는 그 동안의 포클랜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전쟁에 참전한 영국군인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그만큼 치열했다는 전쟁이었다는 의미다.

책은 제 27 영연방 여단과 영국 해병대 41코만도 부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당시 영국군은 불과 출발 1주 전 명령을 받아 한국으로 건너왔다. 때문에 인원부족, 장비부족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기갑차량, 야포 등 모든 것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들은 향후 불모의 외국 땅에서 전쟁의 중요한 임무를 맡으면서 대한민국과 미국에서 대통령 부대 표창을 받게 된다.

책은 한국전의 가장 극적이고 충격적이었던 월간의 역사를 되살려낸다. 영국을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의 군인, 전쟁을 경험한 당시의 UN군 기자, 한국 민간인들의 의견을 생생하게 엮어냈다. 기록된 인간의 비극을 다시 풀어낸 것이다. 자칫 잊어버릴 수 있는 한국전쟁의 참혹함을 다시금 꺼내든 책이다. 게다가 1950년은 냉전 기간 중 자유세계 국가가 공산 국가 영토를 침공한 유일한 해로 당시 참전군인들은 20세기의 중요한 순간에 서 있었다. 모택동이 유엔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군을 투입시키는 등 현대 역사의 가장 큰 운명의 반전을 만든 시기기도 하다.

담담하고도 세밀하게 서술한 문체는 전쟁의 참혹함을 더욱 무게감 있게 전달한다. 독자들은 머릿 속에 전쟁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그 현장으로 다가가게 된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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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한 영국 군인들이 북한 평양으로 가는 길목인 황해도 사리원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을 최근 펴낸 영국 기자 앤드루 새먼은 빅토리아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사진을 최근 공개했다. [연합뉴스]
6·25 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한 영국 군인들이 북한 평양으로 가는 길목인 황해도 사리원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을 최근 펴낸 영국 기자 앤드루 새먼은 빅토리아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사진을 최근 공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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