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기자가 찾은 맛집 19 대전 은행동 봉봉식당-양장피

중화요리라고 하면 세트처럼 따라 다니는 게 탕수육과 양장피이다. 돼지고기에 튀김 옷을 입혀 튀겨낸 탕수육, 각종 해물과 채소에다 겨자소스를 뿌려 매콤하게 먹는 양장피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블로그나 SNS마다 달콤한 시럽을 곁들인 탕수육 맛집을 소개하는 글들은 넘쳐나는데 유독 양장피 맛집은 눈에 띄지 않는다.

대전에도 분명히 숨은 양장피 맛집이 있을텐데 하는 생각에 입소문을 좇아 이 곳 저 곳을 찾았지만 맛은 오십보 백보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중국음식점을 찾게 됐다.

대전 은행동 신산부인과 옆에 위치한 봉봉식당(대표 연규동)이다.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 허름한 모습에 음식맛에 대한 기대치가 뚝 떨어졌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가장 잘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다 맛있지만 양장피가 최고다"라고 했다. 뜻밖의 대답이었다. 대부분 짜장, 짬뽕, 탕수육 등을 대표메뉴로 내세우는데 양장피라니. 그 맛이 궁금해 주문했다.

주문한 지 30분이 지나서야 양장피가 나왔다. 접시에 한가득 담겨져 나온 양장피를 보고 나서야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 지 알 수 있었다. 접시 위에 돼지고기, 소라, 갑오징어, 새우 등 해산물과 색색의 파프리카, 오이, 당근, 양파, 부추 등 각종 채소가 푸짐하게 담겨져 있었다.

특히 양장피 한 가운데에 생달걀 노른자가 화룡정점처럼 턱 올려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눈으로 먹는 양장피 맛은 일단 합격점이었다.

양장피의 맛을 좌우하는 겨자소스의 색깔이 다른 음식점과는 사뭇 달랐다. 다른 음식점은 노란빛깔을 띄고 있는 반면 이 집 겨자소스는 갈색이 돌 정도로 칙칙한 노란색이었다.

주인장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겨자소스를 직접 만들어서 그렇단다. 생겨자에 식초, 간장, 설탕 등을 섞어 4일동안 숙성시킨 겨자소스의 맛은 놀라웠다. 겨자의 향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맵기는 하지만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찔끔 날 정도의 독한 매운 맛은 아니었다. 입안에 착 감기는 매운맛이었다.

겨자소스를 넉넉히 뿌리고 각종 채소와 해물, 그리고 잘 삶아진 양장피를 골고루 섞어서 먹으니 입이 호강한다.

매일 아침 중앙시장에서 하루 쓸 분량의 해물만 구입하다 보니 해물의 신선도도 매우 좋다. 살짝 삶거나 볶은 채소도 해물육수의 간이 잘 배어 풋내도 전혀 나지 않는다.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양장피의 식감도 잘 살렸다. 푹 퍼지거나 덜 삶아서 질긴 느낌이 전혀 없어 입안에 넣었을 때 부드러운 식감이 전해진다. 양장피를 다 먹은 뒤 남은 국물에 면을 한 번 비벼 먹어봐라. 양장피 비빔면의 새로운 맛에 흠뻑 반하게 될 것이다.

△주소:대전시 중구 은행동 114-25

전화번호:042(256)1110 △메뉴:양장피(小 2-3인분) 2만원, 탕수육(小) 1만원, 짜장면 3000원, 짬뽕 4000원 △영업시간:오전9시-오후9시(매주 일요일 휴업) △테이블수:4인용 12개 △주차장:전용주차장 없고, 주변 이면도로에 주차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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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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