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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다시 한 번 박수를

2015-06-24 기사
편집 2015-06-24 05:13:57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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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방역실패·뒷북대응 정부 무능행정 위기감 키워 국가적 위기땐 책임감 절실 위로·격려로 불안 해소 필요 "

드디어 방학이 되었다.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는 초등학생도 아닌데 굳이 '드디어'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까닭은 정말 이번만큼은 방학이 반갑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간 우리나라를 강타한 메르스 사태로 인해 대학들도 여간 긴장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많은 우리 학교는 혹시라도 환자가 생기지 않을까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생활관에 사는 여학생 한 명에게 갑자기 고열 증상이 있다는 보고에 비상이 걸린 적도 있었다. 학생의 지난 일주일간 스케줄과 동선을 파악하고 가까이서 접촉한 다른 학생들을 선제적으로 격리하는 등 서둘러 조치를 취하였다. 마침 몇 학생은 자기들도 열이 나는 것 같다고 해서 정말 큰일이 생기는 것이나 아닌지 초긴장하기도 하였다. 다행히 처음 여학생은 학기말 시험으로 인한 과로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고, 덩달아 아픈 것 같다던 친구들도 슬그머니 열이 내렸다고 해서 같이 웃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기숙사 학생들이 모두 귀향하고 나니 캠퍼스가 하루아침에 조용해졌다. 텅 빈 캠퍼스가 올해처럼 반갑고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전국이 메르스 사태로 난리였는데 우리 학생들이 한 학기를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게 귀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했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초중고, 대학에서도 메르스가 발병하고 전염된 적이 없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장난기 많고 접촉이 많은 수십만 명 학생들 가운데 혹시라도 환자가 생겼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상황이 전개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조금 여유를 가지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처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170여 명의 환자들 대부분이 모두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 대전, 부산, 대구 등 여러 도시에서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니까 곧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 같은 위기감이 있었지만 사실 감염경로는 불과 몇 명 환자로 압축된다고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병원 응급실 체제와 의료체계가 대량감염을 촉진시킨 주범이라는 사실도 이제 분명해졌다. 환자 한 사람이 무려 80명을 감염시키는 이른바 슈퍼 감염자가 될 수 있었던 불편한 진실은 바로 우리나라의 유별난 응급실 상황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비교적 간단했던 감염경로였지만 이처럼 큰 파장을 미치게 된 몇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언론이 필요 이상으로 과장된 보도를 통해 메르스 위기감을 확산시켰고 행정부는 지나친 비밀주의와 무능행정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말았다. 국가방역의 책임을 맡은 분들이 어찌나 우왕좌왕하고 허둥지둥거리는 모습을 보였던지 정작 일차적 방역에 실패했던 병원 의사로부터 '국가가 뚫렸기 때문'에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받아야 하지 않았던가. 위기상황일수록 지도자의 통솔력과 책임감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말았다.

다행히 메르스 사태는 이제 진정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지난 토요일에는 결혼식 주례를 맡게 되어 서울에 가게 되었다. "모든 결혼식 날이 기쁜 날이지만 오늘은 정말 기쁜 날입니다. 온 국민이 기다리던 기쁜 소식 두 가지가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전국에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처음으로 메르스 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날입니다." 주례사 첫마디를 이렇게 시작하였는데 신랑과 신부가 너무 좋다면서 박수를 치는 것이었다. 메르스로 전국이 난리인데 결혼식을 하려니 부담이 많았고 게다가 비까지 내리니 더욱 답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주례사 첫마디에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려서 신랑 신부가 체면을 불구하고 저절로 박수를 치게 된 모양이었다. 그 한마디로 주례의 역할과 보람을 다한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에게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다시 한 번 함께 박수를 칠 수 있게 만드는 지도자의 위로와 격려 한마디를 기대해 본다.

배국원 침례신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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