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최악 가뭄 충남 예산 화산리 농가 가보니

충남 예산군 대술면 화산리에 있는 천수답의 모습. 비가 내리지 않아 논 바닥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있다.  김달호 기자
충남 예산군 대술면 화산리에 있는 천수답의 모습. 비가 내리지 않아 논 바닥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있다. 김달호 기자
"비가 언제 내릴런지. 하늘만 쳐다보고 있슈."

17일 충남 예산군 대술면 화산리를 찾았다. 오랜 가뭄에 농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지만, 길가에 보이는 논에는 물이 제법 차 있었다. 대술면사무소 박찬만 산업계장이 이유를 설명했다.

박 계장은 "수리시설이 잘 구축된 곳은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다. 저수율도 아직 여유가 있고, 관정 등을 뚫어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있다"며 "문제는 수리시설이 잘 안 돼 있고 관정을 뚫을 여건도 마련되지 않은 천수답"이라고 말했다. 천수답은 하늘에서 비를 내려주지 않으면 농사를 짓기 어려운 논을 뜻한다.

화산리에 도착한 후 김중록 마을 이장을 만나, 1t 트럭 한 대가 겨우 지나는 농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갔다.

논의 상태가 마을 초입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논 바닥이 갈라져 있고, 일부 벼는 노랗게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농로가 잘 포장돼 있는 곳은 궁여지책으로 관정을 뚫어 용수를 확보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살수차도 관정을 뚫을 차량도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 이장은 "며칠 전 소나기가 잠깐 내리기는 했지만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며 "비가 어느 정도 내리면 타 들어간 벼도 다시 자라날 수 있기 때문에 비만 오기만 간절히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가뭄은 논바닥 뿐만아니라 마을의 민심도 갈라놨다. 관정을 뚫어 농업용수를 확보해도 논에 물을 먼저대기 위해 주민 간 고성이 오가는 일도 흔하다. 주로 관정을 뚫은 위치가 갈등의 단초가 된다. 자기 땅에 관정을 뚫었으니 논 주인이 먼저 물을 사용하고 나머지를 다른 논에 보낸다는 논리를 앞세워 고집을 부리기 때문이다.

김 이장은 "늘 이맘때가 이장이 중재할 일이 많아진다. 물꼬싸움에 살인 난다는 옛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며 "그래서 내놓은 대책이 물이 풍부한 논에 관정을 뚫는 것이다. 물이 풍부하니까 그런 갈등이 일어날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내 강수량(지난 16일 기준)은 215.7㎜로 최악의 가뭄으로 기록된 지난 2012년 182.5㎜ 보다 약 18% 많다. 저수율도 44.3%로 지난 2012년 32.4%보다 11.9%p 높아 최악의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다만 올해 장마가 마른장마에 늦장마가 된다는 예보가 농민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부지방 장마는 7월 2일날 시작돼 평년(6월 24-25일)보다 약 1주일 늦게 시작했고, 강수량도 145.5㎜로 평년 366.4㎜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대전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올해도 평년보다 장마가 늦을 것으로 예상되고 6월말이나 7월초에나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강수량도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적을 걸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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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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