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장태산 휴양림

장태산 휴양림 설립자인 고 임창봉씨 아들 내외가 운영하는 시가 있는 구멍가게 모습. 간단한 요기와 목판에 새겨진 좋은 글귀를 볼 수 있다. 원세연 기자
장태산 휴양림 설립자인 고 임창봉씨 아들 내외가 운영하는 시가 있는 구멍가게 모습. 간단한 요기와 목판에 새겨진 좋은 글귀를 볼 수 있다. 원세연 기자
어딜가나 메르스 얘기 뿐이다. 신문과 방송 등 각종 매스컴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지인들과의 안부 인사도 메르스로 시작해 메르스로 끝나기 일쑤다. 치료약이 딱히 없다보니 공포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문가들은 몸 안에 면역력이 있으면 감기처럼 지나갈 확률이 크다지만, 하루아침에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것은 아니다. 시간은 걸리지만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 섭취와 몸과 마음의 피로를 푸는데 제격인 `피톤치드`를 몸 전체로 흡수 하면 된다. 멀리 갈것도 없다. 메타세쿼이아가 울창한 장태산 휴양림에서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보면서 이렇게 말해보자. "메르스~ 물렀거라."

대전에 산지 20년이 넘었다. 장태산 휴양림을 찾은것은 지금까지 딱 한번. 10년전 이맘때다. 언제든 갈 수 있단 생각에 외면한 탓이다.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산 것처럼 장태산 휴양림에 들어서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국내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이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앞에 그만 잎이 떡~하니 벌어진다. 메타세쿼이아의 단단한 기둥을 한참을 바라봤다. 가수 양희은이 이곳에 왔다면 "너는 키가 몇 미터니?"라고 묻지 않았을까. 휴양림에서 제일 큰 나무는 2012년 쟀을때를 기준으로 38m였다고 한다. 어릴땐 1년에 50㎝씩 자란다고 하니 햇볕을 놓고 나무끼리 꽤나 경쟁을 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렇게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이곳에만 6000주가 넘게 식재돼 있다. 메타세쿼이아는 살아있는 화석식물이라는 특별한 의미와 독특한 원뿔형 수형,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향기, 맑고 깨끗한 기분을 들게하는 산소나무로 알려져 있다. 메카세쿼이아 한 그루당 이산화 탄소 흡수량이 69.9㎏이나 되고 탄소 저장량도 315.2㎏에 달한다고 하니, 이들이 내뿜는 좋은 공기가 사람에게 얼마나 좋겠는가. 내친김에 벤치에 누워 하늘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마치 긴 우산속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포근하다. 엄마 품 속에 안긴 것 같은 기분에 요즘 가장 핫한 소설책인 `데미안`을 꺼내 들었다. KBS2 금토드라마 `프로듀사`에서 아이유(신디)가 그러했듯 데미안의 한 구절을 소리내 읽어본다. `저녁에 거리를 걸을 때 그리고 초조로 자정까지도 집으로 돌아올 수 없을 때 나는 이따금씩 생각했다/ 지금 바로 지금 틀림없이 나의 연인이 내게로 오고 있을거라고/ 다음 모퉁이를 지나고 있을 거라고/ 다음 창문에서 나를 부를 거라고/ 그 모든 것이 때때로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워 죽어버릴 작정도 했었다.`

귓가를 스치는 신선한 바람과 달달한 공기가 연인의 손길처럼 느껴져 스르르 눈이 감긴다.

기분 좋은 단잠을 깨운 건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였다. 눈을 떠 주변을 살펴봤다. 메르스는 남의 나라 얘기인듯, 텐트 속에서 단잠을 자는 중년의 아저씨, 자녀와 함께 배드민턴을 치며 연신 웃음꽃이 활짝 핀 다정한 부녀. 닭살 돋는 연인들까지. 그들은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면역력을 키우는 듯 했다.

건강해진 몸을 일으켜 세워 `숲속 어드벤처`로 향했다. 스카이웨이와 스카이타워, 데크로 구성된 숲속 어드벤처는 장태산 휴양림의 명물이다. 메타세쿼이아 밑동 높이에서 시작된 데크는 나무꼭대기까지 이어져 아래를 굽어보면서 올라갈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관리사무소 옆에 있는 `숲속어드벤처` 길로 들어가 나무데크를 따라서 걸으면 `스카이타워`까지 갈 수 있다. `숲속어드벤처`라 불리는 길은 잘 단장된 나무 길로 땅보다는 약간 높아서 `중층의 숲`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제일 아래층에는 나무가 심어진 땅, 그 위로 숲속어드벤처길, 최상층에는 스카이 웨어가 조성돼 숲속 방문에 즐거움을 준다. `스카이웨이`는 폭 1.8m, 길이 196m의 철골 구조로 만들어진 길이다. 높이는 27m에 이르며 7층 아파트 높이인 스카이타워까지 이어져 있다. 데크를 따라 스카이타워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길은 마치 나무 위를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스릴감도 넘친다. 데크길이 강철 재질임에도 걸음을 뗄 때마다 휘청거리는 진동이 느껴져서다. 기대감을 잔뜩 머금고 올라온 스카이타워 정상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울창한 산림에 시야가 가려 좋은 사진 한컷을 건지지 못했다. 대신 음악으로 위안을 삼았다. 지저귀는 새들의 박자에 맞춰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자연스럽게 두팔이 올라간다. 이곳엘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이곡을 다운받아 듣길 권한다. 오후 6-7시까지 머문다면 이승철의 `서쪽하늘`도 괜찮다. 스멀스멀한 기운이 턱 밑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힐링이 된다.

스카이타워에서 내려와 숲속의 집을 거쳐 장태산 휴양림 전시관에 다다랐다. 조각체험을 하는 아이들, 휴양림의 조성과정을 지켜보는 아주머니들의 눈빛이 빛난다. 이 중 기자의 눈길은 끈 것은 이끼도룡농의 발견이라는 패널이다. 유럽과 북미에서 주로 서식하는 이끼도룡농이 장태산 휴양림에 서식할 줄이야. 3-4월에는 인공 폭포 아래에서 볼 수 있다니 내년 봄에 다시 찾아야 겠다.

목이 말랐다. 시원한 음료수 한잔 마실 장소를 두리번 거렸다. 어디선가 익숙한 선율이 흘러나온다.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이다.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을 따라 가보니 `시가 있는 구멍가게`가 보인다. 장태산 휴양림 설립자인 고 임창봉씨의 둘째 아들인 임재길씨 부부가 운영하는 길거리 매점이다. 커피, 음료수, 아이스크림,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핑거푸드까지. 없는게 없다. 이 모든 음식을 뒤로하고 눈길을 사로잡는건 목판에 새겨진 좋은 글귀다. `마음의 여백이 없는 삭막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잘난줄 착각하고 용서와 화해에 인색합니다`라는 글귀에 한참동안 목판 앞에서 발길을 떼지 못했다.

기분좋을 정도만큼 땀을 흘렸고 달달한 공기를 콧 속에 가득 넣었다. 몸이 한층 가벼워진 느낌이다. 메르스라는 큰 산도 거뜬히 이길 자신감이 생긴 하루였다. 원세연 기자

◇TIP: 관광객이 원한다면 장태산휴양림에서 묵어갈 수도 있다. 숙박을 원할 경우 숲속의집·숲속수련장 등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은 모두 146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방은 4인용부터 15인용까지 다양하다. 10평짜리와 40평짜리가 있다. 10평짜리 숲 속의 집은 금·토요일 숙박은 8만원, 나머지는 6만원이다. 40평은 금·토요일 35만원, 나머지 요일은 25만원이다. 인터넷(www.jangtaesan.or.kr) 예약만 받는데, 매달 1일 0시에 예약을 시작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무료다. 간단한 먹거리를 싸가지고 가도 된다. 휴양림 내에서 야외 취사는 어렵고 오토캠핑장이나 바비큐 시설도 없다. 숲 체험 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매달 20일 인터넷을 통해 사전 신청을 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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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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