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에서- 제육볶음 쌈밥 정식

울창한 숲의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몸 안에 가득 넣고 나니 배꼽 시계가 요란하게 울린다. 좋은 공기를 보쌈해서 가져가고 픈 마음을 담아 22년 전통을 자랑하는 쌈밥 전문점인 `호숫가에서(사장 윤민숙)`를 찾았다. 그동안 신문, 방송 등 각종 매스컴을 통해 맛집으로 소문난 집 답게 오후 3시가 넘었는데도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2층짜리 가정집을 식당으로 사용해서 일까? 제육볶음 쌈밥 정식으로 차려진 한상을 받고 보니 집밥처럼 푸근하고 친근하다.

제육볶음 정식은 국산 돼지고기를 고추장 양념에 묻혀 볶아내는 제육볶음에 10여가지 밑반찬, 생야채, 데친야채 20여가지가 나온다. 짜지도 맵지도 않게 볶아진 돼지고기 한두점을 상추 위에 얹고, 그 위에 양파와 마늘 한쪽을 넣어 쌈을 싸서 입 안에 넣으면 게임 오버.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맛이 입 안에서 퍼진다. 고추장과 식초로 살짝 버무린 오이무침을 한입 배어물고, 키위 즙으로 맛을 낸 양파 피클까지 씹고 나면 입안 전체가 개운해진다. 집에서 직접 담근 토종 된장으로 맛을 낸 근대 된장국은 화룡정점이다.

보통 쌈밥집에는 생 야채만 나오는데, 이 집은 어르신들의 식성을 고려해 양배추, 케일, 배추 등을 살짝 데쳐 황석어 젓갈과 함께 내놓는다. 달착지근한 맛을 내는 삶은 양배추 위에 돼지고기 한점과 쌀밥 한 젓가락, 거기에 황석어젓갈을 살짝 올려 싸 먹으면 밥 도둑이 따로 없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야채는 모두 국내산이다. 인근 괴곡동에 거주하는 친정어머니가 직접 농사 지은 신선한 야채를 공수받아 사용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신선한 채소로 뱃속을 든든히 채웠다면 이제는 눈이 호강할 차례다. 윤민숙 대표는 손맛 좋은 쌈밥집 사장님인 동시에 `장태산 사진작가`로도 유명하다. 대전시 사진대전 대상, 동아국제사진전 입선 등 다수의 수상경력은 물론, 개인전만 열었다하면 컬렉터들의 주머니를 털게 할 정도로 뛰어난 사진 실력을 갖췄다. 이 곳에 오면 20여년동안 장태산을 오가며 사시사철 변하는 풍광을 담은 사진이 식당 벽면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2층엔 `윤민숙 사진 갤러리`를 따로 마련해 가을, 겨울의 장태산을 눈 안에 담아갈 수 있도록 했다.

윤민숙 대표는 "우리집을 찾는 손님들이 돈 아깝지 않게 식사했다는 소리를 듣게 하기 위해 20여년동안 끊임없이 노력했다"며 "여름에 와도 겨울의 장태산을 볼 수 있는 것은 우리집 밖에 없을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음식 예약:☎ 042(581)3303, 좌석 :50석(방2개), 주소 :대전시 서구 장안로 354-14(장안동287-6) 장안동버스정류장 앞, 주차: 식당 앞 주차장 10여대

차림표: 오리훈제 쌈밥 정식 1만4000원. 생 삼겹살 쌈밥 1만2000원, 생목살 쌈밥 1만2000원, 수육쌈밥 1만1000원, 제육볶음 쌈밥 1만원. 아침식사 (예약) 콩나물북어국, 올갱이해장국, 된장국백반 6000원,육개장 7000원.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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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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