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헐어버리고 번듯하게 세워진 디지털 신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행복한가 하는 물음을 자주 갖는다. 무엇을 헐고 무엇을 짓는가. 소중한 것들을 헐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필자가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집에서는 이맘때면 개구리 우는 소리가 대단했다. 그야말로 합창이었다. 지금은 창밖에 자동차 소리가 개구리 울음을 대신한다.

친구 집과 내 집이 인테리어 마감재만 빼고 똑같은 현실에 사는 아이들에게 각기 다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시골마을의 정취를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오래전 국민주택이 돼버린 아파트 숲에 살고 있지만 많은 이들의 이상적인 주거는 아직 단독주택인 것 같다.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주거형식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골마을에는 비어 있는 집이 널려 있다.

단독주택에서 살아보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 필자의 고향집도 빈집으로 점점 쓰러져가고 있다. 이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 도시민들의 딜레마이다.

대전 도심에서 단독주택을 한 채 지으려면 땅값 포함해서 약 4억-5억 정도(40평 기준)가 든다. 아파트 가격의 2배 가까이 된다. 간극이 너무 크다. 그 사이를 메워주고 있는 주거형식이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인데 요즘은 이들을 저렴주택이라 부르며 서민이 비교적 쉽게 접근 가능한 주거형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 재개발을 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할 때다. 그렇다고 비싼 단독주택만 지어 개발할 수도 없다. 그래서 연구되고 있는 것이 소규모 블록 단위 개발이다. 단독주택과 공동주거의 장점을 잘 살린 저렴주택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주택단지인 것이다.

기존 도심의 가로로 둘러싸인 블록 단위의 이런 개발방식은 원주민들의 관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낙후됐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되지 않아 어쩌지 못하는 그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기존의 다가구, 다세대, 연립을 짬뽕해 놓는 수준으로 개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누구나 꿈꾸는 단독주택과 공동주거의 장점을 잘 살려 원주민 밀착형으로 개발된다면 도심 한가운데서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는 없겠지만 같이 모여 사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찬 소규모 공동체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조한묵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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