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국립공원

만수계곡
만수계곡
세상이 시끄러워도 초록이 손짓하면 속절없는 법이다.

초록의 손짓에 이끌려 길 따라 물 따라 움직이다 보면 세상 근심은 자연스레 사라지는 법. 주말 만큼은 자연에 나를 맡겨보자. 나를 맡길 곳을 행복하게 고민하다 떠올린 곳은 한반도 중심에 위치한 `월악산 국립공원`.

어느 등산가는 월악산국립공원을 "비경의 진수라 할 암봉과 기암계곡들을 추리고 추려서 한 장소에 모아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충주, 제천, 단양, 문경 등이 한 가닥씩은 몸을 기대고 있는 월악산국립공원은 영봉, 만수봉, 문수봉 등을 품고 있다. 봉우리가 많은 까닭에 송계계곡, 만수계곡, 용하계곡, 선암계곡, 명전계곡 등 계곡도 널려 있다.

이번 여행은 월악산국립공원을 감싸고 있는 계곡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경계와 경계가 만나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계곡들은 자연과 가족, 그리고 역사를 모두 품고 있는 힐링 코스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충주미륵대원지= 대전에서 중부고속도로를 따라 차로 2시간 정도 운전하면 한반도의 중심 충주에 도착한다. 충주에서 다시 30여 분 정도 운전을 하면 온천명소 수안보에 이르고 거기서 제천방향으로 좀 더 향하면 월악산국립공원에 이르게 된다.

제천으로 향하는 길에 꼭 둘러봐야 할 유적지가 있는데 그 곳은 바로 석굴사원 터인 `충주미륵대원지`다. 충주미륵대원지는 하늘재(寒喧嶺)·계립재(鷄立嶺)·새재(鳥嶺)에 둘러싸인 험준한 산골짜기 북쪽 기슭에 북향해 조성된 석굴을 주불전으로 하는 절터다.

창건 연대나 내력, 사원의 정확한 명칭을 알 수 없으나, 고려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짐작된다. 석굴은 거대한 돌을 쌓은 위로 목조로 세운 자취가 있으나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발굴 당시 `미륵당초`라고 새겨진 기와가 나와,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전기의 사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충주 미륵리 석조여래입상(보물 제96호), 충주 미륵리 오층석탑(보물 제95호), 석등, 당간지주 등 중요한 석조 문화재들이 남아있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가 망한 것을 슬퍼하며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 누이인 덕주공주가 월악산에 덕주사를 지어 남쪽을 바라보는 마애불을 만들자 태자는 북향의 석굴을 지어 덕주사를 바라보게 하였다고 한다. 주차장도 비교적 잘 돼 있고 유적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적혀 있어 체험학습 온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천 년의 시간을 버티고 있는 석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새삼스레 인생과 우주, 역사에 대해 생각하니 좀 민망하기도 했지만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만수계곡 자연학습탐방로= 충주미륵대원지를 둘러본 후 월악산국립공원이라는 표시판을 마주치게 되면 드디어 제천과 충주의 접경에 위치한 만수계곡에 이르게 된다.

만수계곡은 수안보면 미륵리와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의 경계를 따라 형성된 계곡이다. 월악산을 형성하는 양대 축의 하나인 만수봉으로 올라가는 주요 하곡으로, 수려하고 깨끗한 화강암 지대로 이루어져 있다. 계곡에는 판상절리가 쪼개져 나가면서 만들어진 너럭바위, 수직절리에 의해 형성된 절벽, 곳곳에 있는 화강암 너덜들과 어우러져 맑은 물이 흐른다.

또 만수휴게소를 지나 입구부터 자연 학습 탐방로가 꾸며져 있다. 총 거리가 2㎞ 정도로 한 바퀴 둘러보는데 1시간 가량 소요된다. 탐방로에는 150여 종, 10만 본 정도의 야생화가 계절에 따라 번갈아 피고진다. 우리 꽃 외에도 다양한 동물과 소나무, 참나무류 군락 및 덩굴식물 등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탐방로에는 `충주여고 길`이 조성돼 있는데 충주여고 학생들의 풋풋한 감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저마다 정성들여 쓴 시 작품을 꽃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건 쉽게 지워지지 않는 좋은 경험이었다.

◇닷돈재 풀옵션 캠핑장 = 만수계곡 자연학습탐방로를 둘러보고 월악산의 품으로 조금 더 들어가다 보면 국내 국립공원에 처음으로 생긴 닷돈재 풀옵션 캠핑장을 만날 수 있다.

캠핑이 대세인 요즘, 가족들과 자연을 벗삼아 즐기는 캠핑만큼 행복한 여가활동이 또 있을까? 닷돈재에는 텐트가 설치돼 있는 것은 기본이고 소나무 숲이 울창한 월악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늘도 좋고, 계곡이 맑고 수량이 많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물놀이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뿐만 아니라 캠핑에 필요한 모든 물품은 추가비용을 내고 패키지로 대여할 수 있는데, 공용 냉장고가 설치돼 있고 푸드뱅크를 위한 기부함도 설치되어 있어서 라면 같은 것을 기부할 수도 있다.

아직 본격적인 피서철은 아니지만 캠핑 족들이 자리를 잡고 맛깔스런 음식에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등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천국이 따로 없는 것 같았다. 캠핑장까지 둘러보니 월악산의 깊은 품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배가 고파 참기로 했다. 여행의 화룡점정은 맛 집 기행이기 때문이다. 반 나절 정도 둘러본 여행이었지만 일상의 피로감을 씻어내기에는 충분했다. 솔직히 여행도 하루종일 하면 피곤한 법. `밥 먹고 집에 돌아가 쉬자.` 지금 생각해봐도 현명한 판단이었다. 글·사진=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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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미륵대원지
충주미륵대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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