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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메르스 시험대 앞에 선 우리 사회

2015-06-10 기사
편집 2015-06-10 05:18:52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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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조직 역량·대책 제한적 공적신뢰 회복·강화 밑바탕 국가시스템 개조 위기 극복 국민 협력·이해 근본 해결책 "

지금 한국사회는 어떤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 삼켜버릴 만큼 강력한 메르스에 직면하고 있다. 메르스(MERS-CoV)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유사한 호흡기증후군인 사스(SARS-CoV)보다 높은 치사율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백신이 없어 국민들을 공포에 밀어 넣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국제적 신뢰에 피해를 가져다줄 정도로 강력하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그렇듯 위기라는 것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달라진다. 그런데 여기서 이번 메르스 사태와 같은 사회적 재난은 개인이 경험하는 위기와는 달리 순간적인 기지와 대처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복합적인 사회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해결이 간단하지 않으며, 이미 사전에 구축되어 있는 대비시스템을 통해서 비로소 효과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그리고 질병관리 책임자의 지혜로운 판단도 위기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나 사회적 재난 극복을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가? 다른 국가적 재난도 그렇지만 이번처럼 치사율이 높고 전염성이 강한 감염성 질환의 경우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이해가 없이는 근본적이고 신속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정부 및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하여 각 지자체가 충분히 숙지되고 합의된 대처 매뉴얼에 의해 신속하고 일관성 있는 대처를 해나가야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즉, 국가적 재난은 재난이 발생한 시점에서의 대처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부터 형성되어 있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우리 정부의 재난 대처 역량을 시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사회의 사회적 신뢰 수준을 시험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사회적 신뢰 수준은 어떠한가?

사회적 신뢰는 사회자본(Social Capital) 개념에서 도출된 것으로 사회자본이란 사회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협조나 협동을 가능케 해주는 사회 네트워크나 규범 및 신뢰를 말한다. 이 가운데 신뢰는 사회자본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로, 사회적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나 경험이 많을수록 사회적 신뢰는 더 강화된다. 사회적 신뢰 없이는 국가나 사회적 문제 해결이 힘들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4년에 발표한 'OECD 비교를 통해 본 한국 사회자본의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사회자본 지수가 5.07점(10점 만점)으로 전체 OECD 32개국 중 29위인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적 시스템과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31위로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27위, 교육에 대한 신뢰는 29위 등 대부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러한 결과를 고려할 때, 한국사회가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개조가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특히 공적 신뢰의 회복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정치권도 당국의 실수나 무능함에 대한 질책을 넘어서서 보다 근본적으로 사회자본으로서의 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 회복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보 공개를 꺼리는 정부는 국민을 믿는 것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정부나 질병관리본부 또는 일부 전문가가 알아서 대처할 테니 국민은 가만히 있으라는 식이 아닌 국민을 믿어주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공적 신뢰 회복을 위한 기회임을 인식하고 정부는 정치적인 비난과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보다는 국민들의 입장과 눈높이에서 국민들을 믿고 국민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성공적인 대처를 통해 공적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손의성 배재대 복지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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