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교하 손소리복지관장

지교하 손소리복지관장은 지역 청각·언어장애인들의 맞춤형 교육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호진 기자
지교하 손소리복지관장은 지역 청각·언어장애인들의 맞춤형 교육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호진 기자
"시각장애인들의 점자 교육은 80년이 넘게 이뤄지고 있는 데 청각·언어장애인들은 기본적인 수화교육 조차 못 받고 있는 실정을 개선하고 싶었다."

지난달 26일 개관식을 갖고 본격 업무에 돌입한 대전 시립 손소리복지관은 대전 최초 청각·언어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이다. `눈으로 소통하는 행복한 세상`이라는 슬로건으로 청각·언어장애인의 자립과 사회통합을 지원해 함께 소통하는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로 개관했다.

손소리복지관은 복지관의 개관 취지에 맞춰 전직원을 수화에 능통한 인재로 구성하고 지교하(62) (사)한국농아인협회 대전시협회장이 관장직을 맡았다.

지 관장은 본인이 청각·언어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전지역 청각·언어장애인들과 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지 관장은 "손소리복지관은 대전지역 청각·언어장애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다"며 "그간 손소리복지관 건립을 위해 대전시를 비롯해 농아인협회 등 여러 관계 단체들이 애를 써 왔던 결과, 손소리복지관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각·언어장애인에 대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한 상황에서 손소리복지관이 지역 내 청각·언어장애인들의 기본 교육부터 정보교육까지 맞춤형으로 실시할 계획"이라며 "내가 청각·언어 장애인이기 때문에 느꼈던 어려움을 후세대들은 느끼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 관장은 또 "전국적으로는 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은 6개에 불과하다"며 "게다가 단체장이 청각·언어장애인인 곳은 단 3곳으로 손소리복지관은 전국적으로도 여러사람들의 우려와 관심 속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 관장은 "손소리복지관은 기본적으로 청각·언어 장애인들에게 교육을 통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여려 사람들의 관심 속에 탄생한 복지관이 청각·언어장애인들의 쉼터이자 학교,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 관장은 청각·언어 장애를 타고나 62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왔다. 농아학교를 다녔지만 그 시기 농아학교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보다는 일을 시키고 돈을 버는 법을 알려주는 수준에 불과했다. 또 16살 때 농아 중학교를 졸업하고 20살이 돼서야 고등학교를 다닐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청각·언어 장애인들의 교육이 형편없었다는 게 지 관장의 설명이다.

지 관장은 "교육의 부재는 청각·언어장애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며 "어린시절부터 수화와 정보 교육을 실시하면 많은 청각·언어장애인들이 세상과도 쉽게 소통할 수 있다고 몸소 느껴왔다"고 말했다.

지 관장 슬하에 두명의 딸도 청각·언어장애를 타고났다. 하지만 두 딸이 청각·언어 장애를 갖고 있는 부모 밑에서 수화교육을 받고 함께 소통하며 자라다 보니 누구보다 밝고 똑똑한 사람으로 자랐다는 게 지 관장의 설명이다.

지 관장은 "우리 딸들만 봐도 교육의 중요성을 느낀다"며 "비 장애인 부모를 둔 장애아이와 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 아이는 교육과 소통의 단절이 아이의 교육의 부재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 소통의 장을 손소리 복지관을 통해 형성하려고 한다"며 "기본적인 수화교육에서부터 한글교육, 영상도서관,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육 등을 통해 세상과 청각·언어장애인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소리복지관이 교육만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복지관에서는 이미용서비스, 세탁봉사, 밑반찬서비스, 영상제작, 건강증진 사업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에서 소외된 청각·언어장애인들의 사회진출을 돕고 있다.

또 이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노래교실, 수화교실 등을 통해 청각·언어장애인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는 가교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지 관장은 "손소리복지관은 시립이지만 모든 사업은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많은 지역민들에게 재능기부, 자원봉사 등의 관심과 후원으로 대전지역민들과 7800여명의 청각·언어장애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손소리복지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각·언어장애인들의 자립과 사회통합을 통해 행복이 실현되길 바란다"며 "우리 직원들도 전국 최고 청각·언어장애인 선진 전문 복지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지 관장은 "농아인이라는 뜻은 청각장애를 뜻하는 `농`자와 언어장애를 뜻하는 `아`자가 합쳐진 것이지만 우리는 수화라는 대화를 사용한다"며 "이제는 농아인보다는 농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호진 기자

수화통역=송재순 대전시립손소리복지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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