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기자가 찾은 맛집 - 16 대전 봉명동 비바릴리-봉골레 스파게티

2년전에 크로아티아 해안도시인 자다르에 있는 코르나트(Kornat)라는 유명한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데 매니저가 봉골레(Vongole) 스파게티를 추천했다. 봉골레는 이탈리아어로 조개를 의미한다. 홍합, 가리비 등 조개류와 굴이 들어간 스파게티는 재료가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그 맛 만큼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로 최고였다. 우리 가족들은 지금도 코르나트에서 맛본 봉골레 스파게티를 최고의 이탈리안 푸드로 손꼽고 있다.

요즘 대전에도 정통 이탈리안 푸드를 내놓는 음식점들이 많다. 그런데 맛을 보면 다 오십보 백보다. 최근 대전 도안신도시에 문을 연 비바릴리(대표 임현택)는 입맛 까다로운 `유모차 맘`들 사이에 파스타 맛집으로 소문났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봉골레 스파게티. 바지락에 올리브 오일과 마늘, 그리고 파슬리, 바질, 페페로치노와 같은 약간의 향신료만 곁들였을 뿐이데 풍미가 뛰어나다. 우선 면발이 쫄깃하면서도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이 집은 건면이 아닌 생면만을 사용한다. 우리나라 밀가루와 이탈리아산 밀가루를 적당히 섞어 달걀만으로 반죽을 한 뒤 면을 뽑아 하루 정도 냉장보관을 한다. 달걀의 비린내를 잡고, 면발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생면을 쓰다 보니 삶은 시간도 3분 정도로 훨씬 짧아 면발의 탄력이 뛰어나다.

진한 바지락 육수에서 풍겨나오는 감칠맛이 좋다. 면발에 잘 배어 있는 조개의 감칠맛, 그 위에 올리브 오일에 달달 볶은 마늘향까지 곁들여지면서 스파게티의 맛이 풍부하다. 봉골레 스파게티의 가격이 1인분에 1만8000원이라고 하면 다소 비싸다고 여기겠지만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직접 구운 빵과 후식으로 나오는 티라미수 케이크를 먹으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매일 직접 구운 포카치아, 캄파뉴, 치아바타의 맛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티라미수 케이크는 웬만한 빵 전문점에서 하는 제품보다 맛이 좋다.

올리브 오일의 향에 거부감을 갖고 있고, 오일의 느끼함을 싫어한다면 크로칸테 스파게티를 맛 볼 것을 권한다. 칼칼하면서도 걸쭉한 국물을 좋아하는 우리 입맛에 맞춘 퓨전 이탈리안 푸드인데 모양새는 꼭 홍합짬뽕을 닮아 있다. 크로칸테 스파게티는 토마토 소스와 홍합의 육수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감칠맛과 깔끔한 맛이 동시에 난다. 특히 뜨겁게 달궈진 뚝배기 밑에 깔려 있는 누룽지의 고소함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한식을 먹는 듯한 재미 또한 쏠쏠하다.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1052-11 △☎ 042(824)0383 △봉골레 스파게티(1만8000원), 크로칸테 스파게티(1만9000원), 감베로니 스파게티(1만9000원), 풍기리조또(1만8000원) △영업시간:오전11시30분-오후9시30분(오후3-5시·매주 월요일 휴업) △테이블: 32석 △주차장:건물 뒤편에 4-5대 주차가능한 전용주차장 마련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비바릴리의 대표 메뉴 봉골레 스파게티.
비바릴리의 대표 메뉴 봉골레 스파게티.

한경수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