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급 미필자 논란 되풀이 법·도덕적 흠집 있어선 안돼 국민 눈높이 맞출 기준 모색 면제자 배제도 하나의 방법 "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군대는 통과의례다. 초등학교 시절, 국방 납세 교육 근로의 4대 의무가 있다고 배우는 순간부터 군대는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갔다 와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의무라고 해서 모두 다 이행하는 것은 아니다. 몸이 아프면 불가피하게 군에 갈 수 없다. 법적으로 여러 가지 병역특례도 있다. 합법적인 병역 면제 외에 꼼수로 군대를 가지 않는 이도 적지 않고, 그래서 아주 많은 문제들이 생긴다.

솔직히 말해서 군대를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이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 학업이나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이들로선 군 생활로 인한 일정 기간 단절과 격리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크다. 학업이든, 취업 준비든, 돈벌이든 가장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2년 가까이 군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장벽이다.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이들에겐 별 문제가 아니지만 `군대를 갈 수 밖에 없는 평범한` 남자들에겐 상실감까지 초래하는 일이다.

이런 연유로 법의 허점이나 맹점을 이용해 병역의 의무를 회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요즘엔 징병검사 수준과 체계가 향상돼 꾀를 부리는 이들을 많이 걸러내지만 예전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징집을 피한 이들이 많았다. 특히 고위공직자나 부유한 집안일수록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자제들의 병역 이행비율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병무청이 소재한 정부대전청사에 병무역사기록전시관이란 곳이 있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근현대 병무행정의 근간을 비롯 전 세계 주요 국가의 병역제도에 관한 각종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군대에 가는 것은 고역이었는지 병역비리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조선시대엔 군역을 피하려고 스님이 됐다든지, 성균관 유생이나 향교생도로 등록한다든지 별의별 수단이 강구됐던 모양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병을 매개로 한 첨단 수법까지 동원된 병역기피 사례부터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제 다음 주면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가 진행된다. 황 후보자는 법무장관 임명 때 한차례 청문회를 거쳤으니 일견 검증된 것처럼 보이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 병역 면제를 비롯해 전관예우, 종교적 편향성 등 청문회에서 쟁점으로 부각될 사안이 적지 않다.

앞서 박근혜 정부 들어 총리로 지명됐던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는 줄줄이 낙마했고, 이완구 총리도 최단명으로 물러났다. 안그래도 박근혜 정부의 각료나 청와대 수석 등 고위공직자 상당수는 본인이나 자녀가 병역 미필자다. 그런 마당에 또 병역 등 여러 문제가 있는 사람을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이러다보니 박근혜 대통령의 인재풀이 취약한 것인지, 안목이 부족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되면서 장관급 정도 되려면 병역 미필이나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탈세 등 하나는 필수과목이 돼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시중에 돌았다. 인재를 등용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지도자의 덕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지만 한 나라의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집행하는 총리나 장관급은 법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어선 안 된다. 그래야 국민이 믿고 따른다.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로 청문회에 대한 관심도 한 풀 꺾인 모양새다. 그렇다고 검증에 소홀하거나 어물쩍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겠다. 차제에 갈수록 느슨해지는 고위공직자 후보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게 정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를테면 국무회의 참석자엔 한해서는, 여성을 제외하고는 병역 면제자를 배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냥 답답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할 기준 중의 하나가 바로 병역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일수록 병역이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여야 한다.

김시헌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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