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탄압·한국전쟁 비극 남북 대치 불안한 한반도 종교·정치 생각 차이 초월 나라 위하는 마음 하나돼야 "

이스라엘에 마사다 요새가 있다. A.D. 73년 4월 16일, 이스라엘 남부지역에 위치한 마사다 요새에서 유대인 민족주의자들인 열심당(Zealots, 셀롯당)을 중심으로 2년여 동안 로마제국의 이스라엘 점령을 막으려고 마지막까지 항전하던 중에 로마 군사들이 유대인 동족들을 방패막이로 앞세워 마사다 요새를 공략하자 동족을 죽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마사다 요새의 유대인들은 로마 군사들에게 처형되는 것보다 스스로 죽기로 하고 모두 자결하였다. 로마 병사들이 마침내 마사다 요새에 진입하였을 때 936구의 시체를 발견하였고 살아남은 자는 5명의 어린이들과 2명의 여자들뿐이었다.

이스라엘의 사관생도들은 임관식(任官式)을 마사다 요새에서 갖는다. 그들은 마사다에서 "더 이상 마사다는 없다(No more Masada)!"를 외치며 다시는 나라를 뺏기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A.D. 73년 4월 16일의 마사다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정신을 고취하는 것이다.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의 근대사에도 잊어서는 안 되는 과거가 있다. 독립운동가이시며 민족주의자이셨던 단재(丹齋) 신채호 선생님은 기독교인은 아니셨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의미 깊은 말을 하셨다. 과거는 미래를 위하여 현재에서 기억되어야 한다. "더 이상 마사다는 없다"라고 외치는 유대인들처럼 우리는 "더 이상 36년 일제 압제기는 없다", "더 이상 6·25는 없다"고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다짐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특별히 6월을 호국(護國)의 달이라고 부른다. 북한 공산당 군대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이 6월에 일어났었고, 민족상잔(民族相殘)의 비극과 고통을 가져다준 6·25 전쟁은 지금까지도 종전(終戰)된 것이 아니라 정전(停戰) 상태에 있기 때문에 호국의 정신을 고취하고자 함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2년 가까운 소중한 시간을 군문(軍門)에서 국가에 바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6월 6일을 현충일(顯忠日)로 지정하여 조국을 위하여 생명을 바친 애국선열(愛國先烈)과 국군 장병들을 기린다.

호국의 달을 맞이하여 이 땅의 기독교인들은 조국과 민족에 대하여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기독교는 자신의 민족만을 사랑하는 민족주의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이때 민족주의라는 말보다는 민족이기주의 혹은 민족우월주의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 있다. 기독교가 민족이기주의나 민족우월주의에 빠질 수 없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우리 대한민국 백성들을 사랑하시지만 동시에 모든 세상 민족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일제 압제의 시기인 1919년 3·1 운동 때 발표된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명의 애국지사 가운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15명이 기독교인이었다는 사실은 기독교가 내세와 더불어 현세도 소중히 여기며, 세상 모든 민족을 사랑할 뿐 아니라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종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6·25 전쟁을 일으켜 조국과 민족의 역사에 비극을 안겨다 준 북한의 전쟁 위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남북이 평화적으로 소통하고 전쟁의 위협이 우리의 조국 땅 한반도에서 사라지는 날까지 조국을 사랑하는 이 땅의 백성이라면 종교를 넘어서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는 정신으로 연합하고 단결하여야 한다. 특별히 이 땅의 기독교인들은 우리의 조국을 품에 안고 날마다 나라를 위하여 기도하며, 사회 각 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일에 전심전력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에 거하는 국민들은 종교와 정치이념 등에 생각의 차이들이 있다고 할지라도 조국을 사랑하는 것에서만큼은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도 외쳐보자. 그리고 다짐하자. "더 이상 36년 일제 압제기는 없다." "더 이상 6·25는 없다."

이규현 대전과기대 교목실장 혜천기념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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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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