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들 선정적 문구·핑크빛 조명 등 눈살

"어디 가시는데 있어요? 우리 학과 물 좋아요. 서비스도 많이 줄게"

27일 오후 8시 대전지역 A대학의 축제 현장, 시끄러운 음악사이로 학생 간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여학생 2명에 접근한 남학생 2명은 무작정 팔짱을 끼고 자신의 학과 주점으로 이끌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다른 한편에서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학생이 남학생의 손을 잡아 이끈다. 유흥가에서나 볼 수 있는 호객행위가 캠퍼스에서 연출되고 있었다.

축제에 방문한 대학생 여모(22·여)씨는 "학교 축제에서의 주점은 축제의 흥을 돋우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라 생각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매출 경쟁 때문인지 신체적 접촉을 하거나 무작정 자신의 주점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학과도 있어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학생들의 호객행위 뿐만이 아니다. 주점 부스마다 달아 놓은 간판들은 축제를 찾은 이들의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만들었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외설적인 간판들이 부스마다 자리하고 있다. 심지어 핑크빛 조명으로 내부를 꾸민 주점도 있었다.

같은 시각 B대학의 축제도 상황은 비슷하다. 학교 주차장에 마련된 주점가는 자연스레 10대 청소년들의 탈선의 온상이 되고 있었다. 주점에 입장시 신분증 확인을 거쳐야 하지만 별 다른 제재 없이 입장을 허용하고 있었다. 돈만 지불하면 얼마든지 음주가 가능한 것이다.

이 날 축제를 찾았다가 발을 돌린 지역주민 이모(42)씨는 "연예인이 온다는 소식에 아이들과 축제에 왔는데 선정적인 문구가 너무 눈에 띄어 발길을 돌렸다"며 "축제는 이해하지만 캠퍼스 내에서 성인이 된 대학생들이 저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1시쯤이 되자 이곳 저곳에서 고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술에 취한 학생들끼리 시비가 붙기도 했다. 학교차원에서 운동장 이용시간에 따라 전기를 차단했지만 여전히 어두컴컴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학생들이 즐비했다. 술에 취해 벤치에 누워 잠을 청하는 학생도 언뜻 보였다.

주점 운영 후 남은 쓰레기들도 곳곳에 널려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학생회로 보이는 일부 학생들이 경광봉을 들고 뒷정리에 나섰지만 3-4명으로 이뤄진 이들이 학교 전체의 주점을 관리하기엔 턱없이 역부족이었다. 구두로 주점 뒷정리를 요청했지만 이미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학생들은 듣는 둥 마는 둥의 태도로 일관했다. 전혀 학생들에 대한 지도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였다.

지역대학 관계자는 "축제기간 학생들의 지도에 대해서는 학교 측의 책임도 있지만 인력상 한계의 문제점과 학생들이 수위를 넘는 경우가 있어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도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학과 학생들 차원의 개성문제까지는 관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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