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아는 멋집 15 대전 대흥동 카페 일마고

일마고 길 건너에 위치한 갤러리 마고.
일마고 길 건너에 위치한 갤러리 마고.
오래된 별장에 들어선 기분이다. 고풍스런 가구가 손님을 맞는다. 하늘색보다는 조금 진한 색감이 감도는 벽에는 그림이 든 액자가 걸려 있다. 바로 옆에도 그림이 걸려 있다.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려도 그림이다.

대전시 중구 대흥동 454-1의 일마고(IL Margot), 그림이 있는 레스토랑이다.

미술적 재능을 요하지는 않는다. 편하게 보는 게 중요하다. 그림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굳이 파악할 필요가 없다. 이 곳은 레스토랑이기 때문이다. 다만 벽면의 그림들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원래 이 곳이 일반 가정집으로 쓰이던 공간이었고 이 곳에서 손님들은 편안히 식사를 하면 된다는 의미다. 신예지(51·여)대표의 생각이다.

"5년 전에 일마고를 열었어요. 다른 곳에 운영을 하다 지난해 5월 이곳으로 옮겼지요. 원래 미술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저의 관심을 레스토랑에 접목시켜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레스토랑도 충분히 감성적인 공간이 될 수 있거든요. 저도 그림을 가끔 씩 그리는 편이라 제가 그린 그림들도 걸어 놨답니다"

현대의 초침은 갈수록 빨라진다. 현대인의 삶은 건조해졌다. 누군가는 일에 취해서 취업에 취해서 눈 앞의 목적만 쫓다 보니 눈꺼풀이 뻑뻑해졌다. 일마고의 시작은 여기에 있다. 대흥동에서 태어난 신 대표가 줄곧 가져왔던 생각이다.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뻣뻣해진 누군가의 머릿속에 신선한 공기를 한소끔 주입하고 싶었다.

"음식점은 계속 늘어나요. 맛있는 집도 그만큼 계속 늘어난다는 거죠. 근데 맛집은 늘어나는데 실제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문화적인 도움을 주는 곳은 없잖아요. 따로 시간을 내서 문화생활을 누리기 보다 일상에서 녹아든 문화생활이 진짜라고 생각하거든요"

넓적한 테이블은 신대표가 1달 동안 공을 들인 작품(?)들이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도 없거니와 정작 마음에 드는 것은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테이블 위로 올려지는 그릇들 중 90%는 공예작가들의 핸드메이드 작품이다. 신대표는 싼 맛에 구매해 조금 쓰다 버리는 그릇들이 싫었다. 오래되고 정든 것을 아끼는 아날로그 감성에서다.

일마고는 2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했다. 1층이 바삐 온 손님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2층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2층은 계단을 중심으로 양쪽 두 공간으로 나뉜다. 양 공간 모두 블라인드 사이로 햇살이 내리쬔다. 손님들은 이 곳에서 소개팅을 하기도, 프로포즈를 하기도 한다.

"2층은 예약제로 운영돼요. 가끔씩 이 곳에서 프로포즈를 하는 손님들도 있어요. 물론 프로포즈 성공으로 결혼에 골인한 손님들도 있죠. 가끔씩은 제가 사랑의 전도사(?)역할을 하기도 한답니다(웃음). 만남은 좋은 일이잖아요"

신대표가 직접 그린 작품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다른 곳에도 그림이 더 있다고 소개한다. 어디냐고 묻는 말에 신대표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보인다. 일마고 건너편의 갤러리 `마고`로 안내했다. 신 대표의 야심찬 `문화공간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달 초 문을 연 따끈따끈한 갤러리다. 전시회도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 8일까지 앤디워홀, 임이토, 임지혜 등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물론 무료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직접 운영하고 있어요. 잠시 동안이라도 그림을 보면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게 매일 직접 그림을 선정해 게시하고 있답니다. 대흥동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일마고도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그런 공간으로 여겨졌으면 좋겠고요"

일마고를 나왔다. 내리쬐는 햇살 사이로 바람이 잔잔히 숨어 있다. 문화생활이란게 골똘히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일마고에서 스쳐간 그림들이 생각난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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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전경.
내부 전경.
일마고 입구.
일마고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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