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막말 사건이 발단이 돼 지금까지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정명훈 지휘자의 이야기가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타까운 것은 2005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법인화와 함께 시작된 지휘자 정명훈 씨의 업적이 퇴색하고 있다는 것.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005년에 전 단원 재오디션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법인으로 전환됐다. 그 결과 세계음악무대의 중심인 유럽무대에서 존재조차 인식되고 있지 않았던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시장성을 지닌 교향악단으로 탈바꿈해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비롯한 많은 축제에 초청을 받기 시작했다. 2005년 이전의 서울시립교향악단에 대한 평가는 일본 교향악단에 비해 20년 격차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었다.

그런 교향악단이 2014년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축제인 BBC 프롬스에 초청받았다. 사실 이러한 초청만으로도 축구의 월드컵 본선 진출과 비견되는 업적이라 할 수 있는데, 공연이 끝난 후 신문에 실린 전문가와 청중들의 평가가 텔레그라프지/별5개, 그리고 파이낸셜 타임스/별4개의 평가를 받았다. 이는 일본의 악단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 교향악단 사상 엄청난 실적을 낸 것으로 우리나라의 축구 대표 팀이 월드컵 4강을 이룬 것과 같은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성과가 국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서울시향 대표이사의 막말 파동과 그로 인해 불거진 지휘자의 항공권 사용의 문제 제기 등으로 인해 진정으로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해야 할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성과는 수면 아래서 떠오르지도 못하고 말았다. 정명훈 지휘자를 영입할 때 그에게 요구한 것은 단 한 가지, 교향악단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여 놓으라는 것이었고 그는 이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당시 서울시장이 그에게 약속한 것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해주겠다는 것과 음악회 전용 콘서트홀을 지어준다는 것이었는데, 가장 중요한 약속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직원들을 통해 들려온 소식은 그의 항공권 사용에 대한 감사 결과가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내용인즉 지휘자가 사용한 항공권을 모두 감사한 결과, 지휘자가 정확한 행정절차를 잘 모른 탓에, 거꾸로 그에게 미지급된 항공권 금액이 엄청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접하고 우리는 어이없고 막막하다. 우리나라 역사 이래 가장 뛰어난 지휘자를 우리의 무지로 인해 나라 밖으로 내몰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오병권 대전예술의전당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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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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