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중단 학생 실태와 대책 上 학교 떠나 어디로 가나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대전에서 한 해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은 2000여 명에 달하지만 학교 밖 지원센터를 찾는 학생은 3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학교를 그만둔 뒤 노는 것이 좋아 학교 밖을 떠도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디에 가야할지 몰라 집 밖을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육당국과 학교 밖 지원센터의 단절로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학업중단 학생의 실태와 해결책을 살펴봤다.

지난 해 대전에서 학업을 중단한 초·중·고교 학생은 2000여 명에 육박하지만 이들 학생이 학교 밖 지원센터로 연계됐는지 여부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해 대전에서 학교를 그만둔 학생은 초등학생 677명, 중학생 436명, 고등학생 873명 등 총 1986명으로 전체 학생 수의 0.97%를 기록했다.

시교육청은 미인정 해외유학이나 부모와의 해외출국 등의 사유를 제외한 실질적인 학업중단학생 수는 절반 수준인 1085명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1000여 명에 달하는 학업중단 학생의 70% 이상이 학교 밖 지원센터로 연계되지 않고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학업중단 학생이 학교 밖에서도 적절한 상담이나 학습·진로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시·도별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해 대전시청소년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은 학업중단 학생 수는 272명으로 실질 학업중단 학생 수의 25%에 불과했다.

학교 밖 지원센터의 이용률이 높지 않은 것은 학업중단 시점의 학생에게 관련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교육청은 개별 학교가 학업중단 학생에게 학습·상담 지원 및 학업복귀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개인정보수집·이용동의서를 받아 인적사항, 보호자 연락처, 학업중단 사유 등의 정보를 학교밖 지원센터에 제공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정보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

대전의 한 대안교육기관 관계자는 "학교를 그만둔 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부모의 도움으로 겨우 기관을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학업중단 사유를 정확하게 파악해 학생에게 필요한 지원이 제 때 이뤄져야 하는데 정작 학교에서는 학교밖 지원체계에 대한 인식도 낮고 학업중단 학생에 대한 업무를 단순한 업무부담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학교 밖 사각지대로 사라지는 아이들이 줄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전의 학업중단 학생 규모에 비해 학교 밖 지원센터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의 지원센터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동구 소재 대전시청소년지원센터를 비롯해 서구·유성구청소년지원센터까지 총 3곳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1곳) 다음으로 가장 적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발표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대책`에서 학교 밖 지원센터를 지난 해 54곳에서 올해 200곳으로 대폭 확대했다고 발표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김계명 대전시청소년지원센터 소장은 "대전의 경우 동구와 중구지역에 학교 밖 지원센터가 더 시급한 실정인데 시설과 매칭 재원 등을 마련해야 하는 탓에 지자체 역량에 따라 지원센터를 확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해 여가부가 지역별 학업중단 학생 수를 파악해 대전 지원센터에 할당한 지원학생 수가 966명에 달하는 데 촘촘한 실태조사를 통해 사각지대로 유실되는 아이들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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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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