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의 정부 지원 연구비와 관련된 횡령·유용·착복 사례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마치 고질적인 관행이 된 것 같다.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국가 R&D(연구개발) 참여연구원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교수들이 연구는 뒷전이고 연구비 빼먹는데 혈안이 돼버린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북대 A 교수는 2010년부터 2014년 9월까지 23개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학생 11명을 참여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하고, 연구비 약 5억 8000만 원을 자의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국과학기술원 B 교수는 연구비 3000만 원으로 집에서 피자를 배달시키고, 해외에서 장난감을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비가 개인의 '쌈짓돈'으로 둔갑한 것이다. 또 서울대 C 교수는 연구 과제와 무관한 사촌동생에게 연구비 9억 8000여만 원을 관리하게 했는데, 7억 2000여만 원을 개인적 용도 등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금액은 이번 감사에서 연구비 유용액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번 감사결과는 정부 지원 연구비를 단지 '눈먼 돈'으로 치부하는 일부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교수들의 연구비 관련 비리는 일벌백계의 차원에서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국가 R&D 연구과제에 혈세를 쏟아붓고 있는데, 이런 연구비 착복이 만연된 풍토 속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게 뻔하고, 열심히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선량한 연구자들의 연구 의욕마저 꺾어버리게 된다. R&D 연구비 착복을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시스템도 뜯어고쳐야 한다. 비리교수뿐 아니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소속 대학에도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연구비 착복을 관행처럼 만든 제도와 정책, 행정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국민의 혈세로 조성한 R&D 연구지원비를 '눈먼 돈'으로 여기는 대학과 연구기관들의 잘못된 생각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관련 부처의 철저한 관리감독도 중요하다. 교수와 연구원들의 각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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